[토요판] 한동원의 영화감별사
<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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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주인공의 얼굴 전체를 덮고 있는 노화의 흔적을 지우기는커녕 오히려 강조하고 있다. 로건=울버린≒휴 잭맨의 얼굴에서 나이의 흔적을 지우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정도가 아니라, 그 정반대의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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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만나 갈등·화해하는 과정
‘오버 더 톱’ ‘리얼스틸’ 플롯 따라가
CG 자제한 아날로그적 액션
노쇠한 주인공의 현실 묘사에
피폐한 ‘미래관’ 담아 차별화 죄책감 없는 ‘살인병기’ 로라 역
다프네 킨의 액션 연기 볼만 이 대목에서 우리는 지난해 개봉된 스타워즈 스핀오프 <로그 원>에서 피터 쿠싱(‘타킨 총독’ 역)과 캐리 피셔(‘레이아 공주’ 역)의 1977년 당시 얼굴을 ‘재생’해낸 컴퓨터그래픽(CG)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아직 그런 기술을 영화 전체에 통으로 쓰긴 여의치 않아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주사 맞고 땅겨 가며 노화를 회피해봐야 결국 맞이할 것은 언젠가 찾아올 노화절벽뿐이라는 점에서 이는 현명한 판단이었다 할 것이다. 녹과 먼지가 지배하는 미래 그런데 잠깐. ‘울버린은 안 다치고 안 늙지 않나?’라고, 자칭타칭 자인공인 마블덕후 아니신 민간인 관객들은 보편타당한 질문을 던지시리라 믿는다. 영화는 물론 이에 대한 확실한 알리바이를 제공하고 있다. 상세한 사연은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보면 상세히 알 수 있겠지만, <로건> 주최 쪽은 그러한 별도의 예습 없이도 ‘그냥 뭐 그런 일이 있었나보다’로 퉁치면 관람에 큰 지장 없는 수위를, 어련하겠는가마는, 적정하게 유지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노화를 통하여 <로건>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 또한 포스터를 통해 파악된다. 신산의 세월이 남긴 흔적 뚜렷한 로건의 손(물론 ‘클로’가 튀어나온 상태의)과 그를 잡고 있는 다른 손 하나가 클로즈업된 ‘손 포스터’ 말이다. 여기에서 늙은 로건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은 어떤 어린아이의 손인데, 이 손의 주인을 말하는 것은 소정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으나, 감독인 제임스 맨골드부터가 언론 인터뷰에서 그 손의 주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으니 그냥 말하자면 (** 주의: 알고 싶지 않으시면 여기에서 중단 **) 그것은 로건의 딸의 손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가 ‘남남처럼 지내던 아버지와 딸의 만남-갈등-충돌-화해’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플롯을 취할 것임을. 이러한 플롯의 대가이자 거목이라면 역시나 뭐니뭐니 해도 스티븐 스필버그일 텐데, 이 대목에서 우리는 스필버그가 총 제작을 맡고 휴 잭맨이 주연을 맡았던 2011년 작 ‘로봇 레슬링’ 영화 <리얼 스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이 영화는 사실상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1987년 작 팔씨름(=‘팔 레슬링’) 영화 <오버 더 톱>의 자손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인데, 그로부터 6년 후에 등장한 또 다른 휴 잭맨 주연작 <로건> 역시 이와 동일한 플롯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은 재미있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오버 더 톱>, <리얼 스틸>, <로건> 이 세 영화는 기본 플롯뿐 아니라 생계를 위해 운전을 해야 하는 팔뚝형 중년남 주인공이 그의 특기인 ‘레슬링’을 통해 자식과 교감을 시작하고, 그것은 두 사람의 자동차(그중에서도 트럭!) 여행을 통한 로드무비적인 과정을 통해 깊어지며, 그 근저에는 웨스턴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는 점 등등 많은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동일한 플랫폼에도 불구하고 <로건>은 나머지 두 영화와는 전혀 달라 보인다. 또한 <로건>은 지난 엑스맨 시리즈들(특히나 두 편의 울버린 시리즈) 어느 것과도 닮지 않았다. 이 차별성을 만드는 것은 우선 ①코맥 매카시(<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더 로드> 등의 원작 소설가)적 세계관의 도입이다. <로건>의 시간적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12년 후인 2029년. 하지만 그 미래는 우리가 영화 속 미래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데이터와 네트워크와 가상현실이 지배하는 ‘사이버 펑크적’인 미래가 아니다. 그와 정반대로 <로건>의 미래는 ‘녹과 먼지’(Rust & Dust)가 지배하는 황량하고 피폐한 세계다. 일단 로건과 ‘자비에 교수’(이번에는 매커보이 아닌 스튜어트)가 은둔하고 있는, 미국-멕시코 접경지대의 버려진 플랜트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세계에서 곧장 가져온 듯한 외형이다. 특히나 이 은둔처에서 살림을 도맡으며 그들을 돌봐주는 돌연변이인 ‘칼리반’의 모습은 <분노의 도로>의 세트장에 그대로 데려다놓아도 전혀 이질감 없을 매끈 머리-하얀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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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는 노쇠한 로건을 능가하는 무시무시한 살인병기다. 그녀는 자신을 사냥하러 온 사냥꾼들의 신체를 가차 없이 베어 내던진다. 로건이 ‘울버린’으로서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해왔던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짐승’이다.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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