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02 19:19
수정 : 2006.07.03 10:54
비과세 혜택에다 소득 안 드러나 매력
일부 설계사 리베이트 주며 해약 막기도
서울 강남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는 전문의 고아무개씨는 3년 전부터 남다른 ‘저축’을 하고 있다. 펀드나 부동산 투자 같은 게 아니다. 다달이 현금으로 3천여만원을 연금보험에 붓고 있다. 고씨는 “절세도 할 수 있다는 보험설계사의 말을 듣고 가입했는데 여유 자산의 90% 이상이 보험에 묶여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전문직 가운데 의사들이 유독 보험상품을 좋아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시간에 쫓기는 의사들이 보험판매원의 ‘찾아오는 서비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데다 절세를 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연금보험은 비과세 혜택이 있을 뿐만 아니라 소득원 노출이 되지 않는다는 설계사들의 말에 솔깃해 한다는 것이다.
ㄱ은행의 서울 강남지역 지점에서 자산관리 상담을 하는 한 프라이빗뱅커는 “의사들이 절세를 할 수 있다는 말에 끌리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국세청이 맘만 먹으면 소득원을 밝힐 수 있는 만큼 100% 소득원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말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보험설계사들은 의사들을 집중적인 영업 대상으로 삼고 있다. 700명의 가입자 가운데 의사손님만 500명인 조아무개 보험설계사는 “매달 500만원씩 7~10년을 불입해 55살부터는 매달 700만~800만원씩 받는 상품을 주로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 손님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주는 경우도 있다. 의정부에서 개업한 전문의 박아무개씨는 최근 월 500만원짜리 장기 연금보험에 가입한 뒤 두 달을 불입하고 해약하려 했다가 “2천만원을 드릴 테니 유지하시라”라는 설계사의 권유에 이를 받고 보험을 유지했다.
재무상담 회사 에셋비의 제윤경 교육본부장은 “보험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투자의 일종인 보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문제”라며 “나중에 받고 싶은 연금액을 따져 적절히 가입하지 않으면 설계사들의 ‘표적 영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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