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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길게 펼쳐놓고 그림을 그려보면 결국 결혼 전과 결혼 후 첫 아이 출산 전까지가 돈을 가장 많이 모을 수 있는 시간이다. 요즘은 고령화 추세와 함께 사교육비, 조기은퇴라는 세 가지 미래 불안으로 사람들의 재무 불안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그런데 시작부터 지나치게 부담이 될 정도로 무리를 하면 미래의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가능하다면 결혼할 때 최대한 금융자산을 남겨야 한다. 신혼생활을 최대한 작은 규모로 시작하라는 것이다. 어느 수준은 갖춰놓고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질 수 있으나 그것은 미래의 가처분 소득을 미리 당겨쓰는 것이다. 넓은 평수의 좋은 집으로 시작하면 폼이야 나겠지만 그 만큼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 둘만 지낼 공간을 처음부터 굳이 화려하게 갖추려는 것은 허영심일 뿐이다.
최대한 적은 평수에서, 살림살이도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시작하고 최대한 남긴 돈은 종잣돈으로 활용한다. 종잣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기회다. 최대한 눈높이를 낮출 때 종잣돈도 생기는 것이다. 방 3개짜리 아파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2개짜리로 눈높이를 낮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돈지갑을 함께 관리하라
결혼 날짜가 확정되면 둘이 버는 소득과 갖고 있는 목돈은 더 이상 남의 것이 아니다. 결혼 6개월 전부터 서로의 통장을 함께 관리하고 결혼 예산도 함께 세우는 것이 좋다. 더 많은 예물을 받아야 하고, 더 좋은 신혼집을 얻어 줘야 하고, 더 좋은 혼수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등 상대편 집에서 돈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국 결혼 뒤 그 돈은 자기 지갑에서 나간 돈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 쓸 때처럼 불필요한 결혼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결혼에 얽매여 있는 다양한 통념과 화려한 결혼에 대한 기대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합리적인 재무계획표에 따라 예단 비용을 없애라
서로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신혼부부들도 막상 재무계획 쪽에는 막연한 경우가 많다. 지금이라도 가족 공동체를 위한 재무계획표를 만들어야 한다. 평생을 함께 사는 가족 공동체가 불필요한 재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미래계획을 바탕으로 한 시간대별 재무계획표가 필요하다. 이렇게 재무계획표를 그리다 보면 결혼비용으로 여기저기 돈이 새면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다. 이 재무계획표를 부모에게 제출해서 결혼비용이 최소의 예산비용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설득하고 미래를 위해 예단비용을 지출하지 않을 수 있도록 부모를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혼은 낭만적인 것이지만 가족 공동체의 구성이기도 하다. 가족 공동체의 운명은 두 주인공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우리 주위의 실정은 다르다. 시작부터 부모를 비롯한 주변사람들의 의사결정에 휘둘리고 결혼예식의 과도한 지출문화가 어우러져 결혼 당사자의 주체적인 참여가 부족한게 현실이다. 인생살이에는 항상 재무적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못하거나, 대비할 것을 대비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어떤 결혼을 하느냐가 미래의 재무상황을 결정하는 중요 열쇠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리/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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