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는 하방경직성의 특성을 갖고 있다. 소비를 늘리는 것은 쉽지만 줄이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다. 특히 교육비와 주거비는 고정지출과 같아 갑자기 줄이기가 매우 어렵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엔 주말 이벤트 비용, 자녀 양육비와 혼용되서 나가는 효도비용도 고정지출에 속한다.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면서 갑자기 줄이기 어려운 지출항목이 대단히 많다는 것이다. 소비의 하방경직성 탓에 부부 한 쪽의 소득이 갑자기 줄면 적자로 전락하기 쉽다. 줄어든 소득 수준만큼 지출도 함께 줄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둘이 버니 여유있게 쓰자’는 태도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지 못해 소득이 줄어들 때 큰 낭패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쇼핑하는 것도, 잦은 주말 이벤트도, 피곤해서 하는 외식도 소득이 줄었다고 갑자기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엔 지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할부구매도 많아진다. 할부구매도 반복되면 장기 고정지출이 돼버린다. 할부 한 개 끝날 때쯤 미리 예측해서 다른 할부구매를 하기 때문이다. 카드결제금이 늘 일정 수준 이상이 된다. 둘이 버니까 일단 여유있게 쓰는 것이 아니라 ‘둘이 버니 더욱 치밀하게 여윳돈을 늘려야 된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지출은 늘어난 여윳돈 만큼 조금씩 늘려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맞벌이 부부의 통장은 별거 중?
둘이 각자 벌기 때문에 따로 돈 관리를 따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득을 각자 관리하고 지출이나 금융상품도 따로 가입하는 것이다. 은근 슬쩍 비자금도 만들고 서로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편해 보인다. 그러나 좀더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서로 투명하게 공유해 효율적인 재무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부부가 각자 따로 관리하면 많은 돈이 불필요하게 새나가기 마련이다. 예컨대 금융상품도 각자 아는 사람의 부탁, 또는 각자가 얻은 정보에 의존해 따로 구매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낭비’가 생긴다. 남편은 어디서 들은 정보로 주식투자를 하고, 부인은 주변 사람의 권유에 이런 저런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럴 때 배우자에게 잔소리 듣는 게 싫어 서로 알려주지도 않는다. 결국 딴 주머니를 차게 되는데 그 딴 주머니는 돈이 모이는 주머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서로 동의할 수 없는 지출이나 투자, 보험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꼭 필요한 경우라면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설득을 하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으로 가족의 미래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 부부 사이의 대화가 풍성해 지는 것은 덤이다. 그렇게 맞벌이 부부가 합심해 가계를 운영하는 것이 그 어떤 재테크 수단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 재테크는 요행을 쫓아다니는 게 아니다. ‘많이 벌고 많이 저축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정리/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