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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가계부 이젠, 재무설계다] Q. 잔금 내야 하는데 현재 집 안팔려요=맞벌이 부부입니다. 지난해에 용인 수지 쪽 아파트 분양권을 사서 올 9월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집값도 2억원이나 올라 대단히 행복했습니다. 부동산 투자로 큰 돈을 번 셈이니까요. 그러나 문제가 터졌습니다. 원래 돈이 많아 아파트 입주계획을 세운 게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을 팔아서 잔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집이 팔리지를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맞벌이로 많이 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제 월급이 3개월째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월소득이 6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만일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을 경우 잔금을 부채로 다 부담해야 하는데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빚이 3억으로 늘어나거든요.(40대 초반, 김아무개씨) A. 집을 무리해서 사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기 때문에 무리해서 사놓더라도 이득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장기대출이나 모기지론 등으로 내집 마련 관련 신용이 많이 확대됐습니다. 그러나 소득과 무관하게 지나치게 큰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내집 마련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보통 대출은 20년 이상의 장기대출로 빌리는데, 그 기간 동안 소득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큰 빚을 떠안게 되니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 사전에 대비를 해야 함에도, 이런 절차 없이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장 매달 나가는 원리금 계산만 할 뿐, 전체 이자부담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미 부동산의 가격은 거품을 의심할 정도로 올라있습니다. 지나치게 무리해서 내집 마련을 할 때 자칫 가계 재무구조에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부채 3억원인데 버텨보겠다고요?=김씨 부부의 경우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주거용 오피스텔이기 때문에 수지의 넉넉한 평수의 아파트에 살고 싶었다고 한다. 거기에 집값도 오피스텔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수지 아파트는 산지 1년 만에 2억원이 올라 미래 가치에 대해 기대감이 컸던 것이다. 그 생각에 갇혀 오피스텔이 팔리기만을 고대하거나 혹은 대출을 일으키는 방법만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지의 아파트를 처분해야 한다. 오피스텔이 잔금 치르기 전까지 잘 팔려서 계획에 차질이 없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3억원 가량의 대출을 부담해야 한다. 만약 오피스텔을 처분할 때까지만 버텨보겠다고 결심했다면 대출금 3억원을 30년 장기 상환으로 빌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매달 원리금만 170만원 가량이 된다. 게다가 대출금액 자체가 크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원리금 부담은 금방 피부로 와닿는다. 오피스텔이 팔리면 갚을 수 있다는 것도 전액 상환은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1억원 가까이 부채가 남는다. 앞으로 소득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선택의 여지가 남겠지만 현재 이 부부는 맞벌이 소득이 얼마나 불안정해 질 수 있는지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불안정한 고용상태, 소득흐름은 이제 시작이다. 40대 후반으로 접어 들면서 조기퇴직의 불안이 찾아온다. 당연히 지금은 부동산으로 인해 가계의 고정지출을 더 늘려서는 안되는 시점이다. 오히려 이제부터 가족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풍부한 유동자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운영해 가야 한다. 절세보다 잘 팔리는 집을 팔아 자산을 늘려야=팔려고 막상 생각하니 세금이 문제다. 양도소득세 50%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세금은 과감히 내고 문제를 푸는 것이 백배 낫다. 수지 아파트를 팔고 나면 그동안 중도금과 잔금에 들어간 부채를 다 해결하고도 지금의 시세대로라면 2억 이상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물론 거기서 절반은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리고 수지 집을 팔지 않겠다고 할 경우에도 오피스텔을 올해 안에 반드시 팔아야 양도소득세를 아낄 수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내년부터 2주택으로 중과가 된다. 즉 집 팔고 남는 돈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므로 절세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수지 집을 처분할 경우 1억원가량의 현금이 생긴다. 더불어 매달 부담하려던 부채상환액 만큼 저축을 한다면 현금화시키기 좋은 자산이 계속 불어날 수 있다.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시간이 이제 5~6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유동자산을 계속 만들어 놓아야 한다. 빚 갚을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다. 정리/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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