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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24 15:15 수정 : 2006.08.24 15:15

정부투자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40대 초반의 최모씨는 당당한 커리어우먼 이다. 직장 내에서의 직위는 부장에까지 올라 능력도 인정 받았고 월 소득이 500만원에 달하는 대우도 받고 있다. 최씨는 굳이 독신을 주장하는 바는 아니지만 일과 취미생활에 열중하고,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지 못하다 보니 비자발적 싱글로서 40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전업주부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답답한 마음도 들고 자식걱정,남편 걱정 등 걱정거리도 많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꼭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노후에 대해 생각하니 자신의 처지가 꼭 남보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상담을 신청했다.

“이 정도 연봉에 20년 가까운 직장생활이면 현금으로 2~3억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전세 자금 5천만원을 제외하면 다른 자금이 전혀 없어요.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자산을 많이 축적해 놓은 친구들도 많던데 제가 인생을 잘못 산 건가요?”

최씨가 처음 만나자마자 건넨 말이다. 오히려 필자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최씨의 생활패턴과 지출구조를 하나씩 살펴보았다.

100만원짜리 옷걸이,1,000만원어치 옷

최씨는 그리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주부식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적었다. 누군가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전기밥솥에 밥을 한번 해 놓으면 3~4일 동안 먹는 편이며,부식은 거의 해먹지 않는다. 반면 쇼핑은 반드시 백화점에서만 하는 습관이 배겨 있어 의류비 및 화장품 지출이 연간 500만원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옷장에 들어 있는 옷의 취득원가만 합계를 내도 거의 1,000만원에 가까울 뿐더러 개중 반 가량은 1년에 한번도 입지 않는 옷들이다. 지출에 대해 상의할 사람이 없다 보니 충동구매가 잦고, 귀가 얇아서 좋은 것이 있다면 반드시 해보거나 구입해 보는 스타일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그렇듯 100만원을 들여 구입한 러닝머신은 거실용 옷걸이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고, 헬스, 수영, 골프 등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로 많은 회원권을 가지고 있으나 6개월 이상 지속한 경우가 없다. 거기에 치아관리,피부관리 등 미용비용이 월 50만원 이상 지출이 되고,여기저기 가입한 보험료와 틈나는 대로 홀어머니 용돈을 드리다 보니 먹고 사는 것 자체는 스스로 궁상을 떤다고 여길 정도이지만 정작 저축할 돈은 없어 축적해 놓은 자산이 거의 없는 것이다.

싱글족의 오산,나는 혼자니까……

대체로 잘나가는 싱글족 일수록 주변의 유혹과 충동형 소비를 억제하기 힘들다. 차라리 결혼목표가 정해진 경우라면 나름대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데 비해 결혼계획이 없는 경우는 “굵고 짧게,구질구질하지 않게” 살고 싶은 욕구가 큰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오히려 화려한 싱글이 아니라 초라한 싱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언제까지나 소득이 지속되지도 않을 뿐더러 소득이 중단되었을 경우엔 보살펴 줄 사람도 없는 것이다.

혼자 벌어 혼자 쓰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부양 책임이 없지만 나를 책임져줄 사람도 없는 것이다. 과거 모 카드회사 CF의 경우 미녀 여배우가 헬스,수영을 하고 화려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후 자신 있게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모습이 나온 적이 있다. 마치 이 모습이 화려한 싱글의 모습인양…그 여배우가 과연 노후에도 그렇게 자신 있게 신용카드를 내밀 수 있을까?

싱글일수록 미래를 생각하라

오히려 싱글족이라면 더더욱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최씨의 경우엔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한 자신만의 취미생활과 주부식비를 늘릴 것을 권유하였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건강이기 때문이다. 건강이 나빠졌을 경우를 대비한 체계적인 보험도 필요하다. 친척 중 한 분이 돈 잘 버니까 하나 가입해 달라는 식으로 가입한 보험은 전체적으로 조정하여 필요한 보장만 남기고 정리했다. 그와 더불어 필수적으로 비상예비자금을 갖추도록 하였다. 혼자 살면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생활비 예산을 수립하였다. 가계부를 써본 일도 없고 현재 지출내역이 잘 파악이 안되므로 자기개발 비용을 포함해서 평균 수준보다 약간 상향 조정하여 예산을 수립한 후 계획성 있는 지출을 하기로 약속했다. 어머님께 드리는 효도비용의 경우 그때그때 생각날 때마다 드리는 것보다는 월 30만원씩 꼬박꼬박 드리고,별도로 25만원을 저축하여 3년 후인 칠순 때 1,000만원이 들어 있는 통장을 칠순 선물로 드리기로 했다. 이렇게 하고 나서도 잉여자금이 250만원에 달했다. 일단 매월 50만원은 비상예비자금을 갖추도록 하였다. 혼자 살면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500만원에 달할 때까지 계속 적립해 나가기로 하고 100만원은 노후를 위한 변액 연금에, 100만원은 적립식펀드에 포트폴리오로 구성하여 금융자산을 갖추어 가는 계획을 세웠다.

며칠 후 최씨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돈 모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네요. 그 동안 너무 기분에만 충실하게 살았나 봐요.이런 재미도 있네요?”

화려한 싱글은 현재의 멋진 삶 뿐이 아니라 노후까지 인생을 즐기는 값진 라이프사이클을 의미한다.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대비해야 한다.

이성호/에셋비 FP 컨설턴트 shlee@asset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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