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6 19:03
수정 : 2006.11.06 19:03
저축 대부분 간접투자는 위험 상품구매처럼 소비자의식 필요 전반적 재무구조 고려 계획짜야
이젠, 재무설계다!
Q. 은행 추천대로 가입 불안한데…결혼 3년차 부부입니다. 그동안은 워낙 소득도 적고 결혼 뒤 바로 아이 낳아 키우느라 저축을 거의 못하고 살았습니다. 청약통장이 저축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큰맘 먹고 은행을 찾아 요즘 유행하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기로 했습니다. 은행 창구에서 한참을 기다려 직원에게 물었더니, 펀드 상품 두 개를 추천해 줬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 거의 못 알아들었습니다. 그냥 대충 좋은 상품이겠거니 하는 생각에 20만원짜리 두 개를 가입했습니다. 남편 혼자 벌어 월 소득 250만원 가운데 50만원 정도를 저축하게 된 셈입니다. 그렇다고 꼬치꼬치 따지기도 민망했습니다.
A. 올 들어 주식형 적립식 펀드의 판매액이 2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이 가운데 개인들의 펀드 가입 비중이 거의 80% 가까이 될 만큼 간접투자는 일상화돼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접투자가 일상화된 것과 달리, 여전히 간접투자에 대해 충분히 알고 투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금융 상품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용어도 전문화돼 가면서 금융회사를 찾는 고객들의 상당수가 소외 의식을 경험합니다. 자신도 나름대로 배울 만큼 배웠고 결혼 전까지는 사회생활도 했는데 막상 은행에 가서 알아듣는 말이 없으니 자괴감마저 든다고 합니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에게 은행은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공공기관과 같은 곳으로 인식되다 보니, 뭔가를 거절하거나 따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 금융도 하나의 상품 구매로 봐야 합니다. 우리는 금융을 소비하는 소비자라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원리상 시장에서 콩나물 한 봉지 사는 것과 같은 행위입니다. 무식해 보일까봐, 창피해서, 알아서 해 줄 것이라는 일방적 믿음에 남이 시키는 대로 하면 손해볼 수 있습니다. 묻고 또 물어 신중하게 구매해야 합니다.
상품 선택은 은행에서 하지 말아야=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행에 대해 조금 잘못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즉 은행이 고객의 자산을 지켜주고 불려주는 공적인 기관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전문성과 공공성을 갖춘 곳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은행의 근본 속성은 금융 상품을 파는 곳이다. 은행도 좀더 은행에 많은 수익이 되는 금융 상품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전제로 금융 상품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은행을 찾아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상담자의 경우 펀드가 무엇인지 기본적인 개념조차 모르고 은행만 찾으면 직원이 다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가르쳐 줄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펀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처지에 맞는 상품에 제대로 가입하기에는 은행 상담 시간은 불충분하다. 따라서 금융상품에 대한 사전조사와 검증을 거친 뒤 은행 같은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무작정 은행에 가서 상품 추천을 받았다 하더라도 바로 가입할 일이 아니다. 추천 상품을 들고 돌아와 인터넷 검색만 활용해도 해당 상품 관련 정보를 자세히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뒤에 가입해도 늦지 않다.
간접투자는 그냥 저축이 아니기에, 전체적 재무구조를 먼저 살펴야=간접투자는 그것이 적립식이어도 분명 위험이 따르는 투자다. 적립식 펀드가 펀드를 나눠서 사기 때문에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원금을 보장해주는 상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담자는 은행 직원이 “3년만 부으면 원금은 물론 높은 수익도 보장된다”고 한 말만 듣고 덜컥 가입했다. 그러나 상담자의 경우 당장 2년 뒤 전세금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저축의 대부분을 펀드에 몰아 넣어선 안 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재무구조를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은, 금융 상품을 선택할 때는 가입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재무구조에 대한 평가와 향후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재무 사건’을 놓고 목표를 정한 뒤,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절한 금융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정리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도움말 주신 분 : 〈한겨레 재무컨설팅 자문단〉 제윤경(에셋비 교육본부장) 김문수(에셋비 매니저) 엄익섭(에셋비 컨설턴트) 정종인(교보증권 강남PB센터 차장) 이종량(공인회계사 세무사)
|
‘미래로 가는 가계부, 이제는 재무설계다’ 시리즈를 마칩니다. 다음주부터는 ‘금융소비자 권리 찾기’ 기획기사가 연재됩니다. 〈인터넷 한겨레〉와 함께 하는 캠페인입니다. 금융소비자로서 제 권리를 되찾고, 금융회사를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을 함께 알아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시리즈가 끝나도 재무설계 상담은 계속 해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바랍니다. 전화 080-433-7000, 전자우편 money@hani.co.kr
|
|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