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0 19:44
수정 : 2006.12.2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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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금융소비자 주권 찾기 ⑦ 통합 금융서비스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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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금융소비자 주권 찾기 ⑦ 통합 금융서비스 그늘
펀드·보험 판매 가족 동원
인기없는 상품 팔수록 가점
목표액 강요 관행 없애야
[사례1]증권사에 근무하는 김아무개 과장에게 1년 전 회사에서 펀드 강제 할당이 떨어졌다. 친구들에게 닥치는 대로 전화를 거는가 하면, 동원할 수 있는 동창회 인맥까지 모조리 수소문했다. 그는 최근 기한에 쫓긴 나머지 펀드 가입을 거절하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먼저 1개월치를 낼테니 통장만 만들자고 제안을 해 억지로 가입시킨 적이 몇 번 있다. 이후 친구들과 서먹해졌다. 자신이 돈을 내서 펀드에 억지로 가입시킨 것이 못내 민망했기 때문이다. 연말을 맞아 열린 동창회도 나가지 않았다.
[사례2]서울 은평구에 사는 주부 이아무개씨의 남편은 은행원이다. 은행연계보험(방카슈랑스)이 시작된 2003년 이후 남편에게 보험 가입 할당 건수가 부쩍 늘어났다. 이씨는 행여 남편이 할당 몫을 채우지 못해 직장에서 마음 고생을 할까봐 남편 몫의 상당 부분을 자기 이름으로 대신 가입했다.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이미 보험에 가입한 상태여서 도움받기가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가 이렇게 가입한 보험상품이 이제는 손가락으로 헤기에도 벅찰 정도다. 손해를 보고 해약하려니 가슴이 미어진다.
애초 금융회사 겸업화는 은행과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로 손님의 다양한 금융 욕구를 한 장소에서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잘만 하면 손님이 한 장소에서 통합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성과 함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겸업화 과정에서 시장을 선점하고자 과열경쟁을 한다는 데 있다. 임직원들을 강제할당 전선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통합 금융서비스가 강제할당 발판으로 둔갑=통합된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금융상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고객의 재무상황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손님 눈높이에 맞춘 상품설계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금융회사들은 겸업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이런 능력을 배양시키기보다는 여러 금융상품을 되도록 빨리, 될수록 많이 팔도록 내몰고 있다.
실제로 은행 피비(PB·프라이빗 뱅킹의 준말. 금융회사에서 고액 자산가 등 주요 고객의 자산을 운용해 주는 창구, 또는 그 담당자를 일컫는 말)들은 최근 이용자로부터 여유자금 투자를 의뢰받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은행에서는 수시로 피비들의 판매 실적을 순위로 매겨 발표한다. 판매 실적은 상품마다 정해진 점수에 따라 곧바로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손님에게 유리한 상품들은 대개 고과에서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순위가 올라가려면 손님들이 내켜하지 않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상당수 피비들은 손님 얼굴을 대하는 것이 날이 갈수록 부담스럽다고 토로한다.
사례에서 보이듯, 금융회사 임직원들은 상품을 많이 팔면 인사고과에 반영돼 승진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 대상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은 이용자들과 지인들에게 상품을 강매하는 ‘최후의 방법’으로 목표치를 달성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일정 기간 안에 할당을 채워야 하는 때는 본인이나 가족들이 대신 ‘울며 겨자먹기’로 할당치를 소화하는 일이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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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통합서비스 주요 내용과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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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종사자 목표 할당 금지 규정 만들어야=이처럼 금융회사들이 목표 달성에 치우쳐 임직원들에게 강제 할당식으로 영업을 강요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임직원들에게 판매를 할당하는 품목과 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이 금융회사 직원들로부터 보험과 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 가입할 것을 ‘강요’당했다는 신고도 부지기수다. 통합 금융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부작용이 훨씬 더 심해진 것이다.
상품 강제 할당의 또 다른 문제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상품 판매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데 있다. 이전에는 주로 보험회사에서 과다한 목표액를 설정해 무리한 영업을 했다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노동부는 내년부터 보험설계사에게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 보호 대책의 하나로 보험설계사에게 목표를 할당하거나 홍보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뼈대다. 보험설계사에게 지나친 영업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결국 이용자 보호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회사 임직원에게 목표 할당을 강요하는 업계 관행에 대해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같은 맥락에서 직원들에게 금융상품과 판매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도록 하는 판매자격제 도입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한다. 금융 소비자는 물론 금융 종사자 가계까지 풍비박산나는 것을 막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정리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도움말 주신 분 ㈜희망재무설계 이규빈 대표, 제윤경 교육본부장, 이성호 컨설턴트, 이천 컨설팅매니저
금융교육 및 재무설계 교육 신청080-070-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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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보험·펀드 한곳에서 전문가 도움받아 분산투자 통합금융서비스 잘만 활용하면 득
금융회사 겸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각종 금융상품을 한 군데 금융회사에서 모두 취급할 수 있게 됐다.
이 조처로 보험설계사는 보험상품 외에 펀드를 팔 수 있다. 증권사도 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 은행의 보통예금 통장처럼 수시 입·출금식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여태까지 자산에 관한 이상적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이용자들 처지에서는 통합된 금융서비스 체제에서 전문가의 힘을 빌려 균형잡힌 재무관리를 기대할 수 있다.
직장인 김아무개씨가 매달 금융상품에 지출할 여력이 100만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보험설계사는 보험에 대해서만 강조할 것이고, 은행에 가면 은행상품만, 증권사에 가면 투자상품만 가입하라고 권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가 100만원으로 보험, 적금, 투자상품의 가입 비율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여간해서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주로 어느 금융회사에서 누구와 상담했느냐에 따라 금융상품의 구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제는 금융회사 한 곳에서 보험과 적금, 투자상품에 대한 문의를 한꺼번에 할 수 있다. 100만원을 각각의 상품에 적당한 비율로 쪼개는 것도 전문가 한 사람의 도움만 받으면 된다. 금융상품은 단순히 구입해서 곧바로 소비하는 상품이 아니다.
이용자 처지에서는 자신의 미래와 삶을 결정짓는 중요 수단이다. 10만원짜리 금융상품 하나가 10년이 지나면 원금만 1200만원이 된다. 복리 5%로 잘 굴린다면 1500만원 이상의 목돈이 될 수 있다. 이 정도면 자녀 한 명의 대학등록금 일년치 이상은 된다.
불필요한 금융상품에 무분별하게 가입하는 ‘어리석음’만 범하지 않는다면 훨씬 여유롭게 자녀 교육비 본인 은퇴 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 좀더 풍요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제대로 된 금융 정보가 필요한 이유다. 이용자의 금융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금융회사 처지에서도 투자시장을 넓히는 셈이어서 기업의 이익 신장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훨씬 바람직한 일이다.
제윤경 ㈜희망재무설계 교육본부장 jykk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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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상품 먼저 정한뒤 중장기 투자 비중 조절
금융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직장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의 폭이 넓어졌다. 예·적금을 비롯해 펀드와 변액보험, 보장성보험, 소득공제가 가능한 연금저축과 장기주택마련저축, 청약저축, 기타 간접투자 상품 등이 가입 상품 목록에 있는 상품군이다. 이들 상품군은 단기 확정금리와 중장기 간접투자, 비과세와 소득공제 등의 세제 혜택 여부, 주택 마련 상품 등 금융상품의 특징과 개인의 재무 설계 목표에 따라 그물망이 다시 좁혀진다.
이들 금융상품을 어떤 비율로 가입하는냐는 개인의 재무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 재무 진단의 핵심은 생애 주기에 따른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있다. 결혼 여부를 포함해 부양가족 수와 가족 연령, 직업 수명, 자녀들의 교육 종료 시점, 소득 수준, 주거 형태 등에 따라 재무 진단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단기 확정금리 상품의 비중이다. 단기 목돈 지출 계획과 유동성(비상시에 쓸 돈으로, 월 지출액 3배 수준 정도)에 맞추는 게 핵심이다. 다음 차례는 부양가족 수에 따른 여러 재무 목표, 즉 자녀 교육이나 내집 마련 계획 등을 고려해 중장기 간접투자 상품의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다. 세제 혜택 상품 비중을 따질 때는 결혼 여부와 소득수준에 따라 금액을 결정해야 한다. 특히 부양 가족이 많을 경우는 소득 공제보다 장기상품이나 보장성 보험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다. 직업 수명이 짧은 경우는 자녀 교육의 종료 시점을 고려해 연금 상품을 두 가지 이상 가입하는 쪽으로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이성호 ㈜희망재무설계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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