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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오 퇴직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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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이름으로 계약한뒤 사장으로 계약자 바꿔
법인세·소득세 모두 줄어 세법 보완되면 효과 없어
[캠페인] 금융소비자 주권 찾기⑪ 시이오 퇴직플랜
[사례] 탄탄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박아무개 사장은 자신의 급여를 350만원으로 묶어놨다. 급여를 더 높게 책정하지 않은 것은 고임금에 따라붙는 고율의 근로소득세를 피하려는 ‘방편’이다. 절세 방안에 골몰하던 박 사장에게 최근 보험설계사가 ‘시이오 퇴직 플랜’이란 제도를 설명하면서 절세를 위한 보험상품에 새로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다달이 500만원씩 법인 이름으로 보험 계약을 유지하고 10년 뒤 계약자를 박 사장으로 바꾸면 보험금은 박 사장에게 퇴직금으로 지급되고, 회사 처지에서는 10년 동안 낸 보험료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법인세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박 사장은 귀가 솔깃했지만, 세법이 그리 허술하지 않을텐데 과연 말대로일까 의문이 들었다. 또 도덕적으로도 찜찜한 느낌이 들어 고민스럽다고 한다.
‘시이오(CEO) 퇴직 플랜’은 새로운 금융상품이 아니다. 법인 자산을 활용해 최고경영자가 은퇴할 때 퇴직금이나 상속 자산, 비자금 등의 용도로 쓰려고 세법과 보험상품, 변경이 쉬운 정관의 특성을 결합시켜 만들어낸 변종 상품이다. 최고 90%에 가까운 절세 효과가 있다고 소문나면서 2~3년 전부터 가족 경영 형태의 중소기업 경영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절세 효과를 내세운 편법 영업=이 상품은 보험료를 내는 계약자와 보험금을 수령하는 수익자를 법인으로 하는 계약을 우선 맺는다. 보험 대상인 피보험자는 경영자로 한다. 추후에 보험금을 퇴직금 명목으로 챙기는 사장은 고율의 근로소득세보다 세율이 낮은 퇴직소득세(17%)를 내면 그만이다.
이런 식으로 몇 가지 장치만 하면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의 구멍을 활용해 세금도 줄이고 퇴직금이나 비자금을 넉넉히 챙길 수 있다.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 상품의 경우 계약자와 수익자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처음에는 법인으로 계약을 유지하다가 10년 뒤 오너인 사장 개인으로 계약자와 수익자를 변경해 계약을 넘겨준다. 사장의 퇴직금은 보통 정관에 미리 정해 놓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장이 오너인 만큼 주주총회를 거쳐 정관을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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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 수령때와 일부금액 퇴직플랜 가입때 세금차이(10년 합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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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망을 피한 절세는 세법 개정되면 혜택 못받아=법으로 하나하나 따져보면 위법은 없다. 그러나 이것은 법망을 피한 것이어서 세법이 개정되면 하나도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보험설계사는 원래 소비자에게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을 지적해주고 적절히 위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직업이다. 그런데 이 계약은 오히려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숨겼다. 나중에 세법이 바뀌었을 때의 상황 변화와 그 대비책을 두고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점은, 회삿돈이 사장 개인의 절세 전략과 자산 불리기 용도로 보험 자산으로 묶인다는 것이다. 보험의 계약자와 수익자를 법인 명의로 할 수 있도록 만든 애초 취지는 직원들의 복리 후생을 위한 것이다. 법인 명의로 직원들을 단체로 보험에 가입시키면 복리후생비는 비용 처리를 해주겠다는 제도를 오너인 사장의 개인 재산 증식을 위해 악용한 것이다.
현행 제도상 불법은 아니어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퇴직 플랜 가입을 제안 받는 경영자라면 이런 상품은 미래를 담보해주는 게 아니라 언제가 터질 가능성이 있는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달콤한 절세 전략, 하지만 법은 현실의 이런 편법들을 항상 보완하면서 업그레이드돼 왔다. 보험은 말 그대로 보험이다. 보험으로 다른 특별한 혜택을 기대하는 것부터가 위험한 발상이다. 〈끝〉
정리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도움말 주신 분 ㈜희망재무설계 이규빈 대표, 제윤경 교육본부장, 이성호 컨설팅매니저, 송승용 컨설턴트
금융교육 및 재무설계 교육 신청: 080-070-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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