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24 19:28
수정 : 2007.01.2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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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오 퇴직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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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이름으로 계약한뒤 사장으로 계약자 바꿔
법인세·소득세 모두 줄어 세법 보완되면 효과 없어
[캠페인] 금융소비자 주권 찾기
⑪ 시이오 퇴직플랜
[사례] 탄탄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박아무개 사장은 자신의 급여를 350만원으로 묶어놨다. 급여를 더 높게 책정하지 않은 것은 고임금에 따라붙는 고율의 근로소득세를 피하려는 ‘방편’이다. 절세 방안에 골몰하던 박 사장에게 최근 보험설계사가 ‘시이오 퇴직 플랜’이란 제도를 설명하면서 절세를 위한 보험상품에 새로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다달이 500만원씩 법인 이름으로 보험 계약을 유지하고 10년 뒤 계약자를 박 사장으로 바꾸면 보험금은 박 사장에게 퇴직금으로 지급되고, 회사 처지에서는 10년 동안 낸 보험료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법인세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박 사장은 귀가 솔깃했지만, 세법이 그리 허술하지 않을텐데 과연 말대로일까 의문이 들었다. 또 도덕적으로도 찜찜한 느낌이 들어 고민스럽다고 한다.
‘시이오(CEO) 퇴직 플랜’은 새로운 금융상품이 아니다. 법인 자산을 활용해 최고경영자가 은퇴할 때 퇴직금이나 상속 자산, 비자금 등의 용도로 쓰려고 세법과 보험상품, 변경이 쉬운 정관의 특성을 결합시켜 만들어낸 변종 상품이다. 최고 90%에 가까운 절세 효과가 있다고 소문나면서 2~3년 전부터 가족 경영 형태의 중소기업 경영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절세 효과를 내세운 편법 영업=이 상품은 보험료를 내는 계약자와 보험금을 수령하는 수익자를 법인으로 하는 계약을 우선 맺는다. 보험 대상인 피보험자는 경영자로 한다. 추후에 보험금을 퇴직금 명목으로 챙기는 사장은 고율의 근로소득세보다 세율이 낮은 퇴직소득세(17%)를 내면 그만이다.
이런 식으로 몇 가지 장치만 하면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의 구멍을 활용해 세금도 줄이고 퇴직금이나 비자금을 넉넉히 챙길 수 있다.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 상품의 경우 계약자와 수익자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처음에는 법인으로 계약을 유지하다가 10년 뒤 오너인 사장 개인으로 계약자와 수익자를 변경해 계약을 넘겨준다. 사장의 퇴직금은 보통 정관에 미리 정해 놓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장이 오너인 만큼 주주총회를 거쳐 정관을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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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 수령때와 일부금액 퇴직플랜 가입때 세금차이(10년 합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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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처지에서는 보험료가 모두 비용으로 처리돼 법인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퇴직금을 받는 사장 처지에서도 그 돈을 급여로 받았다면 최대 35%의 근로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퇴직금으로 받으면 17%의 세금만 물면 된다. 특히 급여와 퇴직금은 과세표준이 달라 박 사장의 경우 개인적으로 10년간 줄일 수 있는 세금이 최대 억대에 이를 수 있다.
법망을 피한 절세는 세법 개정되면 혜택 못받아=법으로 하나하나 따져보면 위법은 없다. 그러나 이것은 법망을 피한 것이어서 세법이 개정되면 하나도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보험설계사는 원래 소비자에게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을 지적해주고 적절히 위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직업이다. 그런데 이 계약은 오히려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숨겼다. 나중에 세법이 바뀌었을 때의 상황 변화와 그 대비책을 두고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점은, 회삿돈이 사장 개인의 절세 전략과 자산 불리기 용도로 보험 자산으로 묶인다는 것이다. 보험의 계약자와 수익자를 법인 명의로 할 수 있도록 만든 애초 취지는 직원들의 복리 후생을 위한 것이다. 법인 명의로 직원들을 단체로 보험에 가입시키면 복리후생비는 비용 처리를 해주겠다는 제도를 오너인 사장의 개인 재산 증식을 위해 악용한 것이다.
현행 제도상 불법은 아니어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퇴직 플랜 가입을 제안 받는 경영자라면 이런 상품은 미래를 담보해주는 게 아니라 언제가 터질 가능성이 있는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달콤한 절세 전략, 하지만 법은 현실의 이런 편법들을 항상 보완하면서 업그레이드돼 왔다. 보험은 말 그대로 보험이다. 보험으로 다른 특별한 혜택을 기대하는 것부터가 위험한 발상이다.
〈끝〉
정리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도움말 주신 분 ㈜희망재무설계 이규빈 대표, 제윤경 교육본부장, 이성호 컨설팅매니저, 송승용 컨설턴트
금융교육 및 재무설계 교육 신청: 080-070-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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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보험 통한 상속세 회피 불가능 자녀가 보험료 내도 세법 개정으로 포괄 과세
한때 종신보험 판매 설계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끈 것이 ‘상속세 절세 프로젝트’였다. 상속세를 줄이려는 부자 손님들의 필요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종신보험은 사망을 두고 종신토록 보장해 주는 상품이어서 한번은 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사망 보험금은 상속 재산이므로 다른 상속 재산과 함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상속·증여세법이 포괄주의로 바뀌기 전에는 열거주의를 적용해 세법 조항에 나와 있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법을 피해 절세를 할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보험설계사들이 이것을 고액 보험 영업에 악용했다.
가령 아버지가 증여세 면세 한도만큼 종신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면서 정작 계약자와 수익자는 본인 대신 자녀를 내세우고 본인은 보험의 대상(피보험자)으로만 설정했다고 치자.
이렇게 하면 아버지(본인)가 사망했을 때 지급되는 보험금은 아들이 낸 보험료로 수령한 보험금이기 때문에, 상속 재산이 아닌 일시 소득으로 간주돼 세금 회피가 가능했다. 그러나 2004년 도입된 상속세 포괄주의로 이는 불가능해졌다. 계약자가 자녀라고 하더라도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을 받는 것은 일시 소득이 아닌 상속 재산으로 간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법이 개정돼도 시행 전에 이런 절세 프로젝트에 가입한 사람들은 소급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미 세금을 낸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간 경우에는 나중에 상속세를 다시 내야 한다. 일시 소득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을 악용한 세금 회피라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은 가장의 사망이나 중증 장애 등을 대비한 생명보험이다. 보험료 안에는 비싼 사업비와 위험 보험료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상속 재산을 만들어주기 위한 용도로는 적당치 않다. 절세하자고 보험에 가입했다면 이제라도 보험 계약을 바꿔야 한다.
특히 계약자와 피보험자를 자녀와 아버지로 나눈 경우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질병이나 사고로 6개월 이내 사망 선고를 받았을 때 지급되는 ‘선지급 서비스’(사망 보험금의 50%를 미리 지급해 생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절세를 생각해 계약자와 피보험자를 다르게 해 두었다면 이제라도 계약자 변경을 해야 한다.
제윤경 ㈜희망재무설계 교육본부장
jykk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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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소득은 50% 공제 근로소득보다 과표 적어
근로소득세와 퇴직소득세는 세율 자체만을 놓고 보면 둘 다 같다. 그러나 공제 항목이 달라 세금 차이가 많이 난다.
퇴직소득세를 산출할 때는 우선 퇴직금의 50%가 공제된다. 소득의 50%는 무조건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다 근속연수 공제액을 뺀 금액을 연평균으로 나눠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연간 소득이 8000만원이 넘는 임원의 경우 근로소득세를 산출하면 절세를 한다고 이것저것 아무리 공제해도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이 과세 대상이 된다. 표에서 사례로 든 월 800만원 봉급을 받는 임원은 세율 26%를 적용하면 연간 1526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10년 세금 총액이 1억526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시이오 퇴직 플랜처럼 근로소득과 퇴직소득으로 분리해서 세율을 적용하면 근로소득세만 낼 때보다 1억원 안팎의 세금이 줄어든다.
이 절세 방안은 이미 2~3년 전부터 가족 경영 형태로 운영되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비자금 조성 통로나 상속재산 증여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이런 형태로 한 달에 1억원 이상의 고액 보험료를 내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금융감독 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제윤경 ㈜희망재무설계 교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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