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10개 국어를 하는 대만 출신의 비영리기구 활동가 추스잉은 <그래서 오늘 나는 외국어를 시작했다>에서 “내 인생에서 처음 배운 외국어는 바로 0과 1로 이루어진 이진법의 컴퓨터 언어이며, 일상에서 널리 사용하지 않더라도 익혀두면 세상이 더 넓어지고 재미있어진다”고 말했다. 만물이 디지털화되어 가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조환규 부산대 교수는 “코딩 능력은 디지털 시대의 최소한의 교양이며, 생산과정을 이해하는 등의 능력이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져갈 때, 정부는 지난 7월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초·중등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00여년간 물리적 세상을 이해하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데이터와 이를 이해하고 이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교육과정은 2012년의 에스토니아, 2014년의 영국보다는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따라온다. 또 하나의 암기과목이 추가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선 오랫동안 영어도 암기과목처럼 공부한 전례가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을 할 줄 안다는 것은 결국 언어(말)를 하나 더 익히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간 소통이 아닌, 사람과 컴퓨터 간 소통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프로그램도 언어와 마찬가지로 외형적 표기 방법(형태론)과 내적인 의미(의미론)로 이루어져 있다.
|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