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논어>에는 공자의 제자 자공이 나온다. 어느 제자보다 논리적이다. 자공은 스승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지 않는다. 날카로운 질문도 많다. 공자는 임금이 나라를 다스릴 때 중요한 세 가지 ‘경제’, ‘안보’, ‘신뢰’ 중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다. 믿음이 깨지면 공동체는 존립이 어렵다. 비단 나라만은 아니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믿음이 없는 가정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디지털 문명 발달로 집 안에서 믿음이 적어지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최근 만난 한 중학생은 엄마의 메신저 확인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특히 버스 타고 학원을 갈 때면 늘 메신저로 이를 확인하는 엄마의 문자가 온다. 엄마는 ‘읽음’이 뜨면 안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로 ‘어디냐’고 확인전화를 한다. 버스 도착 안내 앱까지 한몫한다. 엄마가 그 앱으로 언제까지 학원에 도착할지 계산을 하고 있다가 그 시간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다른 짓을 했다고 아이를 몰아붙인다. 디지털 기기와 앱이 부모 자식 간 믿음을 무너뜨리는 훼방꾼인 셈이다. 한 초등학생은 부모를 의심한다. 자신이 평소 즐기던 앱을 실행하면 이상하게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며 부모가 그런 앱을 자기 휴대전화에 깔아놓은 것 같다고 투덜댄다. 자녀 감시용 앱을 깔아놓는 것을 본 뒤 생긴 의심이라고 한다. 도처에 디지털로 인한 불신이 쌓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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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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