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요즘 초등학생과의 대화는 종종 당황스럽다. 아이가 성숙해서도 지식 수준이 높아서도 아니다. 지식의 체계가 뒤죽박죽인 까닭이다. 똑똑한 아이들은 역사 속 사건들을 줄줄 꿰고 있다. 중학교 수준의 어려운 수학 문제도 척척 푼다. 무려 27% 이상의 초등학생들이 1년 이상 앞당겨 수학 공부를 하고 있는 덕분이다. 전시회를 다녀온 감상문에 미학적 분석을 덧붙인다. 그런데 심화라는 개념이 없다. 어려운 영어 단어 뜻도 알지만 한글 ‘가나다’ 순서를 헷갈려 한다. 진작에 익혔어야 할 기초 예절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기초가 약한 채로 웃자랐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뭘까. 아이의 발달 정도에 비해 지식의 주입이 과하다. 여러 번 반복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속성으로 다뤄지니 설익게 된다. 속도를 좇은 결과다.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의 간격이 벌어진다. 예의 부족도 그런 맥락이다. 거기에 생활 깊이 들어온 테크놀로지의 영향도 만만치 않다. 심리학자 캐서린 스타이너 어데어는 <디지털 시대, 위기의 아이들>에서 소통을 통해 학교 등 사회생활에서 확장될 수 있는 아이들의 세계가 전자기기 화면 사용 시간과 맞바꾸어진 탓이라고 말한다. 테크놀로지가 발달 단계를 뛰어넘게 했다고 표현한다. 발전한 기술 덕에 보고 들은 것이 많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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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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