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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오슈 아 테트. 사진 조은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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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조은미의 빵빵빵
“빵 없어? 그럼 브리오슈 먹으면 되지?” 프랑스 국민이 빵이 없어 굶어죽는다고 하자,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이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 한가로운 헛소리는 진짜가 아니라 헛소문이라는 말도 무성하지만, 진짜일 확률이 높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맛에 도통한 미식가였다. 오스트리아 공주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루이 16세와 결혼하면서 프랑스에 이것저것 싸들고 왔다. 그때 ‘크루아상’, ‘구겔호프’(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과자)도 갖고 왔다.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빵 크루아상은 원래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프랑스 빵이라기보다 우리네 충청도 사투리를 연상케 하는 이 브리오슈의 이름에는 전설이 많다. 원래 버터가 아니라 ‘브리’ 치즈로 만들어져서 ‘브리’가 붙고, ‘오치’라는 무화과랑 모양이 비슷해 ‘오슈’가 붙었다는 설이 있다. 또 파리의 퐁뇌프 다리 위에서 빵 팔던 사람의 이름인 장 브리오슈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브리오슈는 버터와 계란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빵이다. 그래서 굉장히 촉촉하고 부드럽다. 달콤하고 진짜 맛있다. 크루아상도 버터가 많이 들어가기론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크루아상과 브리오슈는 버터가 자리잡는 자세부터 다르다. 크루아상은 빵 반죽 사이에 차갑고 딱딱한 버터를 깔고 조심스럽게 반죽을 접어준 뒤, 버터가 녹아들지 않게 조심스럽게 밀어주고 다시 접어주고 또 밀어준다. 반죽을 차갑게 만들어 녹아들지 않은 버터가 크루아상의 여러 겹을 만든다. 하지만 브리오슈는 말랑말랑한 버터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반죽에 사르륵 녹아들어야 하는 빵이다. 밀가루와 버터와 계란이 착 달라붙어 녹아내린다. 버터와 계란의 달콤한 앙상블이다. 그래서 크루아상이 씹을 때마다 찐득찐득하게 느껴진다면, 브리오슈는 씹을 새도 없이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통에 ‘인생무상, 달콤하면 장땡’ 이런 기분조차 느낄 새가 없다. 이제 막 오물오물 음미하려는 찰나, 음미는 무슨? 이미 삼켰다. 하지만 벌써 다 먹었다고 실망할 건 없다. 대표 브리오슈인 ‘브리오슈 아 테트’는 눈사람처럼 생겼다. 머리도 있고 몸통도 있다. 머리 뚝 떼어 먹고 나면, 몸통 브리오슈가 다음 타자로 기다린다. 브리오슈는 프랑스에선 크루아상만큼 사랑받는 빵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아침에 브리오슈나 크루아상을 즐겨 먹는다. 우유를 넣은 커피인 카페오레와 함께라면 아침마저 감미롭다. 프랑스 영화 <쉐프>에서도 요리계 전설이라는 천재 요리사 알렉상드르(장 르노)가 사랑하는 딸에게 아침 일찍 브리오슈를 만들어 내민다. “시험 보는 날 아침마다 브리오슈를 먹었잖니?” 달콤한 사랑은 말랑말랑 촉촉한 브리오슈를 타고 흐른다. 내 입엔 침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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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미 빵집 ‘메리 케이트’ 주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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