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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펜싱 사브르 대표팀의 윤지수가 지난 6일 태릉선수촌 펜싱장에서 연습 복장을 한 채 밝게 웃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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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Rio 우리가 간다
펜싱 사브르 윤지수
“넘버 스리요? (웃음) 그럼요, 넘버 스리죠.”
한국 여자펜싱 사브르 대표팀의 윤지수(23·안산시청)는 웃어넘긴다. 국제펜싱연맹 2015~2016 여자 사브르 세계순위 19위로 선배인 김지연(8위), 황선아(16위)의 뒤를 잇고 있다. 아직 리우올림픽 대표팀(4명)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여자 사브르 팀에서는 확고하게 자기의 위치를 챙겼다. “사실 넘버 스리도 아니죠. 세계 19위일 뿐이에요. 다만 언니들과 힘을 합치면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랭킹은 그냥 숫자일 뿐이에요.”
빈말은 아니다. 사브르는 에페와 플뢰레와 달리 눈 깜짝할 사이에 승부가 갈린다. 허리 윗부분이 공격 부위인데, 에페와 플뢰레와 달리 벨 때도 득점이 인정된다. 번개 같은 동작으로 우위를 가르는 예민한 종목이어서 격차가 벌어져도 순식간에 뒤집힌다. 공격권이 있는 선수의 득점만 인정되기에 선공이 중요하다. 김지연, 이라진, 윤지수, 황선아가 나선 2014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자 사브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을 때도 그랬다. 한국 팀은 중국에 14-20으로 뒤졌다가 40-33으로 앞서갔고, 막판 41-41로 동점을 허용했다가 기어코 45-41로 이겼다.
윤지수는 “사브르는 상대를 속이는 경기다”라고 정의했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하지만, 생각이 복잡하면 오히려 당할 때가 많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돼야 전광석화의 싸움에서 유효타를 날릴 수 있다. 윤지수는 “겨룰 때 특별하게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새벽 6시부터 시작되는 강행군은 단 1포인트라도 더 얻기 위한 투자다. 새벽별을 보며 하는 조조훈련에 이어 오전·오후 준비운동, 실전 기술훈련, 체력단련이 반복되지만 꾹 참는다. 일주일에 사흘은 저녁 7시30분부터 9시까지 복근과 어깨 강화를 위한 근력운동이 추가된다. 윤지수는 “중학교 때부터 해오던 것이다.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개념 자체가 없다”고 했다.
세계랭킹 19위이자 국내선 3인자2년전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투수 윤학길 딸로 승부욕 빼닮아
폭발적 스피드·근성 갖춘 ‘싸움꾼’ 과감한 공격뒤 방어 뛰어나지만
경기 도중 흥분 자제하는 게 과제
“20위권까지는실력차 크지 않아
리우서 반드시 이변 일으킬게요” 윤지수의 장점은 폭발적인 스피드와 근성. 종목의 성격이 에페와 플뢰레에 비해 과격하고 공격적인데, 윤지수는 타고난 싸움꾼 기질이 있다. 손잡이를 뺀 칼의 길이도 88㎝로 에페와 플뢰레(90㎝)보다 짧다. 무게는 대개 500~550g 정도로 에페(최대 무게 770g)보다 가벼운데, 빠르게 이동하는 데 유리하다. 윤지수는 적당한 거리를 두며 야금야금 다가가다가,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한순간에 몰아치는 치타처럼 폭발적으로 튀어오른다. 서성준 코치는 “과감한 공격 뒤 방어할 때 자세가 무너지는 선수가 많다. 하지만 지수는 방어 동작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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