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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서린동 에스케이(SK)그룹 본사. 최태원 회장의 개인사 공개 고백 이후 그룹 안팎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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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리스크’에 흔들리는 SK ②
지난 연말 내연녀와 혼외 자녀를 두고 있다는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편지가 <세계일보>에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재벌 회장이나 각계 고위층의 복잡한 여성관계나 ‘두 집 살림’이 물밑 소문으로 도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이렇듯 언론을 통한 자발적 공개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어떤 사정이 있었기에 이런 식의 ‘커밍아웃’이 이뤄진 것일까? ■ 내연녀 공개는 최 회장 ‘단독 플레이’ 최 회장의 편지는 지난해 12월29일 아침 일반에 공개됐지만, 정보시장에서는 전날 저녁부터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신문이 전날 저녁 인쇄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정·관계와 재계 정보를 다루는 ‘선수들’ 사이에 알음알음 소식이 퍼졌다는 것이다. 에스케이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검(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전날 저녁 그룹 쪽에 (최 회장 여자 문제가 보도된다는) 관련 첩보가 사실인지 문의해 왔다고 한다. 그룹 대외(대관·홍보) 쪽에서는 회장 사생활과 관련한 뭔가가 보도되는 것은 알았는데, 그게 편지인 줄은 몰랐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룹 홍보실도 보도 전날 저녁 ‘회장님과 관련한 뭔가 센 것이 보도된다’는 첩보를 입수해 세계일보 편집국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반응은 싸늘했다고 한다. 기업체에 불리한 보도가 나올라치면 홍보실이 나서서 기업 쪽 의견이나 처지를 설명해 기사에 반영하도록 하는 게 관행인데 ‘확실한 근거를 갖고 썼으니 두말할 것 없다’는 반응에 머쓱해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룹 수뇌부 등 이혼 반대하자측근 통해 언론사에 공개편지
“사내에선 사전에 잘 몰라”
그룹 관계자들 사태수습 분주
오너 사생활 논란에 임직원 피해 그렇다면 편지는 어떻게 세계일보로 흘러들어갔을까? 경제 전문 매체인 <뉴스토마토>가 편지 보도 9일 전인 지난해 12월20일 내보낸 ‘최태원 SK그룹 회장 부부 이혼 논의 진행 중’이란 기사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최 회장 부부 측근의 입을 빌려, 이혼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사실상 부부관계가 끝난 지 오래이지만 수감 등 여러 사정으로 미뤄졌을 뿐이라는 내용이었다. 뉴스토마토는 9일 뒤 “한 홍보대행사가 최 회장의 뜻이라며 보도를 요청해온 것”이라고 당시 보도 경위를 밝혔다. 에스케이그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그룹 수뇌부가 (이혼에) 반대하자 최 회장이 측근들을 동원해 내연녀와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하는 폭탄을 터뜨린 것”이라며 “회장을 탓할 수도 없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없어 참모(그룹 수뇌부)들로서도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언론 플레이에 동원된 최 회장의 측근으로 홍보대행사 대표 ㅇ씨 등을 거론하고 있다. 또 최 회장은 보도 전날 유력 언론사 사주를 직접 만나 ‘이혼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을 동원해 이혼을 기정사실화하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자 ‘강수’를 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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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비선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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