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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등 켜진 도박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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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진흥” 명분 사행산업 키워 “50년 문화부 최대실정”
영등위, ‘사행성 기준’ 없이 도박게임 시중유통
문화부도 성인오락실 등록제로 바꾼뒤 ‘팔짱’
온나라를 ‘도박공화국’으로 둔갑시킨 주역은 누구일까? 27일 정부·여당은 ‘경품용 상품권 폐지’ ‘사행성 성인오락기 재심의·퇴출’ ‘성인오락실 등록제 전환’ 등 초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지금까지 정부 스스로 내놓은 정책·제도를 번복하거나, 합법적 지위를 부여해준 오락기들을 불법화한 셈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행성에 대한 기준도 마련하지 못한 채 사실상의 ‘도박기구’인 숱한 성인오락기들을 허용한 것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위원장 이경순)다. 또 문화부는 사행성 오락기·오락실들이 범람한 뒤 뒷북 대책만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도박공화국’을 낳은 주역은 다름아닌 정부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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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바다이야기’ 오락실 (사진=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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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위의 ‘도박’=영등위가 처음으로 사행성 오락기를 시중에 내보낸 것은 2001년이었다. 경품게임인 ‘동전 밀어내기’라는 게임을 청소년용으로 허가했다. 김동현 세종대 교수(디지털콘텐츠학과)는 “당시 심의위원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됐지만, 허가를 내준 전례 때문에 그 뒤 비슷한 사행성 게임들이 우후죽순 영등위의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이날 전국의 성인오락실을 도박장화한 주범으로 지목해 ‘강제 퇴출 방침’을 밝힌 ‘바다이야기’ 등 오락기들은 모두 영등위의 심의를 거친 것들이다. 다른 숱한 사행성 오락기들도 심의를 거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오락기들의 높은 사행성에 대해 영등위는 그동안 줄곧 “심의 뒤 업체들의 개·변조 때문”이라고 발뺌해왔다. 하지만 이날 당·정의 재심의 및 등급분류 취소 방침은 영등위의 심의에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게다가 영등위의 심의와 관련해선 갖가지 의혹이나 자의적 판단 논란, 금품 수수 사건 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영등위의 책임을 물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영등위의 오락기 심의는 전적으로 제작업자가 제출하는 게임내용설명서에 의존했다. 간혹 직접 기계를 작동시켜 보기도 하지만, 프로그램 등 기술적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 검찰 수사관은 “심의능력도 없는 영등위가 사행성이 높은 기계를 마구 허가해 검·경 단속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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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게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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