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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23 19:35 수정 : 2016.04.15 16:57

전국 4년제 대학의 수시모집 비중은 꾸준히 늘어 2017학년도 입시에서는 전체 모집정원의 69.9%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사진은 지난해 7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한 ‘2016 수시대학입학정보 박람회’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학생부의 배신ㅣ불평등 입시 보고서]
③ 일반고의 1등급 몰아주기

“10여년 학원을 하면서 이렇게 내신 대비 사교육이 과열된 적이 없다.”(대치동 한 학원 원장)

대학 전형의 대세로 자리잡은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이 비교과활동을 중시하면서 이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그런다고 대학들의 교과성적에 대한 요구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학종으로 합격하려면 내신 성적도 좋고 비교과 스펙도 좋아야 한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정설로 굳어져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 사이에서 내신 성적을 위한 사교육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23일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학원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1학기 중간고사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학원마다 학교별 내신 대비반이 개설되고 있다. 송파구 학원의 ㅇ고 내신 대비반의 경우 5~6회짜리 한 과목 수강료가 42만원이다. 중간고사를 치르는 국·영·수·사·과 5과목을 모두 수강할 경우 한 차례 중간고사에만 200만원에 이르는 사교육비가 들어간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장은 “지난해 10월 고려대가 학종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50%를 선발하겠다고 학종 확대 방침을 밝힌 뒤 기존의 수능 학원들이 경쟁적으로 내신 전문반을 개설하고 있다”며 “10년 넘게 학원을 하면서 이렇게 내신 대비 사교육이 과열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ㄷ외고와 같은 최상위권 외고의 경우 과목별로 ‘족집게 강사’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

비교과스펙도 내신 안좋으면 무의미
시험전 5~6회 강의 과목당 40여만원
강남 학원장 “10여년간 이런 적 처음”

현장 교사들은 특히 내신은 갑자기 성적이 상승하는 일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일반고에서도 성적 상위 10명 정도는 특목고에서 떨어진 애들이 오거나 전략적으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에 지원하기 위해 온 학생이 다수”라며 “이런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선행학습을 받은 경우가 많다. 일반고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선행학습 등으로 다져지지 않으면 1등급 받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일반고를 졸업한 ㄱ군(19)은 “고3 때 수능 모의고사에서는 전교 1등을 했는데, 내신은 20등 안으로 올리기 힘들었다”며 “수능은 학원 안 다니고 인터넷 강의와 이비에스(EBS) 강의만으로도 성적을 올릴 수 있었지만, 내신은 학원을 다니기 전까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교 심화반에 있는 내신 1등급대 친구들 20여명은 모두 학원에 다녔다. 나는 30만~40만원 정도 내고 다녔는데, 100만원씩도 내고 다닌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더구나 입시 실적에 신경을 쓰는 고등학교의 경우 시험 난이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시험문제를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하는 것도 문제다. 상위권 대학들은 지원 학생의 출신 고등학교의 내신성적을 평가할 때, 시험문제가 어렵고(평균이 낮음), 응시 집단의 수준이 균질(표준편차 작음)한 경우 좀 더 높은 환산 점수가 산출되는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입시 실적이 가장 좋기로 손꼽히는 일반고에 다닌 ㄴ양은 “선생님들이 대학의 평가 때문에 시험문제를 어렵게 출제하시는 바람에 나한테는 수능이나 내신 시험이나 마찬가지로 어려웠다”며 “집안 형편 때문에 학원에 다니지 못했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신 등급이 3등급 이상은 올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비행기를 너무 좋아해서 사교육 안 시키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줬다. 그런데 고등학교 올라와서 보니 그런 게 다 필요가 없고 그냥 국·영·수 내신 등급이더라”며 “서울 안에 있는 공대 가려면 내신 1~2등급을 받아야 한다는데, 선행학습으로 다져진 애들이 전교 상위권에 포진돼 있다. 이것저것 하고 싶어 하는 거 많을 시기니 일본어도 하고 싶다 하는데, 수학·영어 해야지 시간이 없어서 하라고 못했다. 내가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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