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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21 17:46 수정 : 2006.08.29 10:18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할 때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 성취한
자랑스런 나의 조국은 침묵했다

카나마을에 폭격이 퍼부어지고
36명의 아이들이 학살 당할 때
말 잘하는 나의 정부는 침묵했다

많은 나라들이 가장 강력한 말로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할 때
싸움 잘하는 나의 국회는 침묵했다

민주와 개혁을 거침없이 외치던
나의 대통령과 정당들은
금처럼 찬란하게 침묵했다


코리아는 침묵의 나라
불의와 학살 앞에서는
금처럼 침묵하는 나라

일본이 독도를 건드릴 때마다
심판이 오심을 내릴 때마다
노조가 파업을 벌일 때마다
즉각 애국투사로 소리치면서도

학교에서 내 아이가 무시당하고
밥집에서 내 순서가 뒤로 밀리고
거리에서 내 차가 추월 당하면
즉각 정의의 투사로 돌변하면서도

대낮에 남의 영토를 침략하고
아이들과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하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야만 앞에서는
금빛 침묵으로 동조하는 나라

오 위대한 침묵의 나라 코리아여
너의 침묵에 머지 않은 어느 날엔가
네가 짓밟히고 피에 젖어 울부짖을 때
세계는 너의 침묵을 찬란히 돌려주리니

시인 박노해(48)씨는 1983년 동인집 <시와 경제>를 통해 등단했다.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80년대 노동문학의 총아로 떠올랐다. 1991년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1998년 석방됐다. 시집으로 <참된 시작>, 산문집 <사람만이 희망이다>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등이 있다.

*박노해씨는 현재 ‘사단법인 나눔문화’가 벌이고 있는 레바논 난민 돕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 서명 및 모금에 참여하실 분은

나눔문화 홈페이지(http://www.nanum.com/zb/zboard.php?id=lebanon_2)를 방문하거나 계좌 입금(우리은행 1005-301-075535 (사)나눔문화(레바논))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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