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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는 ‘배우 같지 않은 배우’다. 맡는 배역마다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 실존하는 인물 같다. 최근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직접 만난 그는 너무 솔직해서 ‘연예인 같지 않은 연예인’이었다. 좋은 말을 고르는 여느 연예인과 다른 ‘때 묻지’ 않은 모습이 그의 연기처럼 빛났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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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이 주연이다
배우 같지 않은 배우 김민재
데뷔 8년 동안 김민재(36)는 조용히 스며들었다. 현란한 애드리브(즉흥대사)를 펼치며 ‘감초 연기’로 주목받는 여느 조연들처럼 톡톡 튀지 않았다. 2007년 <밀양>의 야외기도원 자원봉사자로 상업영화에 데뷔한 뒤 맡은 배역도 국정원 요원 중 한명(드라마 <쓰리 데이즈>) 등 두드러지지 않았다. 주어와 서술어를 바꾼 기형적인 대사들이 넘쳐나는 드라마에서 그의 말투는 대개 일상적 산문체다. 톤의 높낮이가 도드라지지 않고, 자유롭게 내뱉는다. 진짜 삶처럼 평범한데 그래서 특별하다. <쓰리 데이즈>에 함께 출연한 배우 윤서현은 “그런 특징이 드라마가 들뜨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고 캐릭터에 진실성을 심어 준다”고 말했다.
지난주 종영 ‘아치아라의 비밀’서투박한 연기로 극의 현실화 이끌어
“내 욕심 작품에 반영 않으려 노력” 베테랑·무뢰한 등 올해 영화 4편
데뷔 8년 서서히 존재감 드러내 연극영화학과 수업 몰래 듣다가
28살에 한예종 늦깎이 대학생 돼 적나라한 현실 속 희망에 관심
직접 대본 쓰고 연출하는 게 꿈 지난 3일 종영한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스비에스)에서 이런 장점은 빛났다. 음산함과 묵직함이 압도하는 드라마에서 그가 연기한 한 경사는 가장 심심한 인물이었다. 비밀을 품은 캐릭터들의 감정 과잉 속에서 기교를 과시하지 않는 그의 연기는 연극 같은 이 드라마가 현실에 발을 딛게 만들었다. 최근 서울 공덕동 <한겨레>사옥을 찾은 김민재는 “욕심을 작품에 반영하지 않는 게 비결”이라고 했다. “배우라면 분량 욕심이 있잖아요. 역할 욕심도 있고. 튈 수도 있지만 내가 해야 하는 포지션이 뭔지를 파악하고 내 역할만 하고 빠지자는 생각으로 연기해요. 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까보다 작품에서 해결 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인물들이 그걸 어떻게 보고 접근하고 해결하는지 등을 먼저 생각합니다.” ■ 연극 단역부터 쌓은 내공 튀지 않아서 단번에 알아챌 수 없지만, 어느 틈엔가 시청자의 뇌리에 스며든 비결도 ‘서서히 쌓아올린 내공’이다. 2000년 연극 <관광지대>를 시작으로 2004년 독립영화 <어느 네팔 소녀의 아주 사소한 이야기><화양연화>등에 출연하며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28살이던 2007년 <밀양>으로 데뷔한 이후에도 2008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귀시장 패거리, <범죄와의 전쟁>선원1 등 숱한 단역을 거쳐 ‘마을’까지 걸어왔다. 가시밭길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본 연극에 매료되어 배우를 꿈꿨고 고등학교 졸업 뒤 대구의 한 극단에 들어가 포스터 붙이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큰물에 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서울에 올라왔지만 기댈 곳도 없고, 돈도 없는 생활이 힘들었어요. 연극영화과에 다니는 배우들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보려고 중앙대, 한예종 도강도 많이 했죠.” 28살의 늦은 나이에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입학했지만, 밤에는 아르바이트하며 학비를 벌어야 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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