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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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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주자에게 듣는다] 원희룡 제주지사
4·13 총선 뒤 정치권이 들썩이는 가운데 차기 지도자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를 <한겨레>가 19일 만났다. 다음달로 취임 2주년을 맞는 원 지사는 도정은 물론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와 최근의 내분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새누리당에 대해 “순혈주의와 획일주의에 빠져, 다양성과 불편함을 꺼리는 게 문제”라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쓰리고 아프지만 여소야대의 현실을 직시하고 야당과 타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뷰는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서 성한용 선임기자의 진행으로 한 시간 동안 이뤄졌다. <한겨레>는 원 지사를 시작으로 차기 주자들을 만나갈 예정이다. 총선패배 뒤 박 대통령 태도“아이가 울면 왜 우는지 살펴야
쓰리지만 여소야대 현실 직시를” 새누리 변화 어떻게
“대통령과 맞추기만 하면 되나
국민들 분노·요구 받아들여야” 정계개편 가능성
“3당 모두 남의 자리 가 있어
조기에 분당·합당은 힘들것” 반기문 대망론
“상처만 받을까 걱정돼
존경받는 국제지도자로 남길” -지난 2년 도정을 이끌면서 거둔 성과와 소회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도지사라는 게 종합행정이다. 국민들의 의견을 대변하면 그것으로 주된 역할이 완성되는 국회의원과 성격이 다르다. 공직사회의 정책결정부터 집행, 거기서 생기는 모든 돌발적인 현안, 주민들의 불편함까지 살피고 전방위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실행, 지휘하고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제주도민들의 하루하루 생활 속에서의 행복과 불편함의 문제를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긴장감과 책임감이 있고 보람과 부담감도 있다.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한계 내에서 수많은 이해관계의 충돌, 또 나름대로의 이해관계나 관행에 젖어있는 속에서 ‘개혁을 해나가는 게 혁명보다 훨씬 어렵구나’, 기존에 있는 걸 존중하고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게 얼마나 힘든가 절감하고 있다.” -올해 도정의 우선순위가 있다면? “먼저 도정의 방침을 소개하겠다. 1단계가 협치, 2단계가 새로운 성장, 3단계가 더 큰 제주다. 협치는 민관, 서로 다른 세력간의 협력정치를 통해서 합의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통한 효율과 성과를 내보자는 취지다. ‘새로운 성장’은 외부 자본 유입, 난개발 위주로 갔던 부분을 생태, 포용적 성장, 도민의 행복과 소득으로 연결해 상생하는 제주를 말한다. ‘더 큰 제주’는 섬 특유의 폐쇄성, 65만명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제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고 새로운 이주민들이 발전의 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과 공존할 수 있는 개방성을 말한다. 2014년 첫해에는 난개발을 막는 게 가장 큰 역점 과제였다. 그래서 중산간 개발을 전면적으로 제한한다든지 외국 투자자본을 부동산 개발, 분양 위주의 투자를 중단시키고 도민 고용이나 농업과 연결시키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문화 사업으로 투자 방향을 돌리는 게 초점이었다. 편가르기나 줄세우기 공직인사, 지역사회에서의 20년 이상의 제주판 ‘3김시대’의 관행과 괸당 문화를 새롭게 바꿔나가는 게 주된 목표였다. 그러다보니 예산의 관행적인 자의적인 편성에 대해서 의회와 정면충돌한 사태도 있었고. 큰 방향의 관행의 전환, 난개발과 외부의존적 투자의 부작용, 이런 부분을 바로잡고 제주의 생태 비전을 잡아나가는 게 첫해였다. 2015년부터 제주의 경제성장률은 6.2%로 전국 최고다. 시급하게 부각된 게 부동산 가격의 안정, 부동산 투기 대처, 이 부분에 대해서 농업인이 아니면서 농지를 위장취득한 부분을 전수조사해서 정상화했다. 또 제2공항 지정에 따른 토지거래 허가구역의 지정이라든지 택지 공급, 특히 공공임대주택이 턱없이 부족해서 서민들에게 주택 공급하는 게 현재까지는 최우선이다. 두번째로는 관광객이 늘어나는데 공항과 항만이라는 입도 교통과 도내 교통이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65만 인구가 40만대 자동차를 굴리고 있다. 대중교통체계의 획기적 개편. 여기에 제주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일자리로 연결될지, 부동산과 주택, 교통 그리고 도민 일자리 확충인데 제주도 내 고용률은 70% 넘으면서 전국 최고다. 대신 임금수준이 약하다. 임금수준을 올리고 양질의 일자리 를 배치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 -도정 방침으로 ‘협치’를 말했다. 원래 협치는 거버넌스, 즉 민관 협력을 뜻하는데 요즘에 중앙정치에서는 이 말을 ‘협력정치’로 쓰고 있다. 아까 거버넌스와 여야 협력정치 두 가지를 다 말했는데 처음부터 거버넌스와 여야의 협력 둘 다 겨냥한 건가? “처음에 얘기한 건 거버넌스다. 민간에서 형식적 자문이나 동원, 이게 아니고 21세기의 문제 풀어가려면 거버넌스, 민간이 주도적으로 의사결정권을 갖고 들어와야 한다. 책임도 공유하고. 그런데 도의회 의원들이 이 개념을 전부 협력정치로 받아들였다. 의원들이 요구하는 거 나눠줘야 협치 아니냐는 거다. ‘의회는 대의민주주의의 대상이지, 협치의 대상이 아니다’ 이러니까 ‘의회와 협력 안하고 대결하겠다는 거냐’ 이렇게 반응했다. 그래서 원래 거버넌스의 협치와 협력정치의 준말로 협치를 안 쓰고는 의사소통이 안되는 상황이 됐다. ‘협력정치’로서의 협치 개념은 첫해 의회와 극단적 충돌을 하고 나서부터 썼다. 도민들은 그런다. 왜 도지사가 중앙정치에 (협치) 상표권 행사 안 하냐고.(웃음)” -지난해 제주의 미래 비전을 ‘청정’과 ‘공존’으로 내걸었는데 ‘공존’은 어떤 의미인가? 대한민국 전체에 견줘 설명한다면 “도민 패널 100여명을 뽑아서 토론했더니 청정과 공존을 핵심가치로 걸자고 했다. 정착민과 외부자본, 이주민과의 갈등도 많고 가장 큰 불만의 원인이다. 앞으로의 발전은 공존하고 상생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기도 하고. 종교, 이념, 지역의 공존이기도 하다. 또 제주가 4·3이라는, 편이 다르면 학살까지 하는 비극을 겪었기 때문에 인간 차이 때문에 인간 생명을 부정해서느 안 된다는 거다. 공존은 ‘평화의 섬’과도 연결된다. -도의회 지형은 어떤가. 야당이 훨씬 많은가. “여야 동수다.” -대화와 타협 정치 잘 해야 하는데. 야당 도의원과의 관계 때문에 어려움 겪지는 않았나? “제주도는 선거가 아닌 일상에서는 ‘괸당’이 우선이다. 의회가 예산을 ‘재량사업비’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정하는 규모가 500억이다. 너무 크다 해서 충돌이 있었다. 여야의 문제가 아니었다. 의회의 관행과 새롭게 취임한 지사의 충돌이었다. 지금은 해결이 다 됐다. 의회가 일방적인 증액은 안하는 걸로 했고 편성 과정에서 의회와 미리 근거를 가지고 협의하자고 했다. 자의적 편성의 근원이 되는 주민단체, 이권단체는 지방재정법과 조례정비 통해서 예산지침을 통해서 원칙을 정비했다.” -협치의 목표를 달성했나? “협치는 100을 생각했으면 30에서 40 정도 됐다. 문화 부분은 협치의 성과 있었다. 지역 문화단체들, 문화인, 이런 분들에게 예산을 줄테니 집행 프로그램의 틀을 짜달라고 했다. 예산이 부족해 자기네들까리 제로섬 게임이 될 수도 있어서 문화 예산을 2%에서 3%로, 500억 증액해서 재원조달 책임지겠다고 하고 진행했다.” -그럼 앞으로 60~70% 이상으로 협치를 높여나가기 위해 어떤 분야에서 실행해야 하나. “문화, 도시재생은 잘 되고 있고. 미진하지만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농업이고 성과내야 할 게 환경 분야다. 중산간 개발 억제나 외국투자 자본 관리, 예래 휴양단지라든지 외국인 투자병원이라든지 개별적 사안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대립하다 보니 시민단체를 포함한 반대론자와의 협치가 생각보다 진척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또 하나가 부패방지 및 청렴 분야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감사위원회 독립이나 부패방지센터 설립은 공무원과 의지의 강도 차이가 있어서 진행되다가 좀 정체된 느낌이 있는데 이 부분은 여러 계기를 통해서 가동시키자 해서 올해 말까지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부패방지와 관련된 실행 가능한 부분을 올해 말 완비하겠다는 전제로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주택 공급이라든지 특히 이주민과 정착민과의 융화 문제, 갈등을 민간주도로 해결해나가는 게 큰 과제다.” - 4.13 총선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나? “예상 못했다. 12년 정도 국회의원 생활하면서 가진 상식은 정권 중간에 이뤄지는 선거는 심판선거일 수밖에 없고, 국민들이 느끼느 세월호부터 시작한 아픔이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상당한 고통의 호소들이 있는데 여당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게 안 맞는다 정도였다. 정치분석가들은 고령화로 인한 보수화라든지, 통합진보당 이후에 야당의 신뢰 상실이라든지 운동장이 기울었다는 주장 때문에 긴가민가 하면서 기존 언론이나 분석가들이 제공하는 정보 홍수 속에서 그런가 생각하고 있어서 이렇게까지 될 줄은 예상 못했다. 찜찜했고 뭔가 이상하다, 과연 그럴까 이 정도였다.” -선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데. 선거 끝나고 한 달 지났는데 집권세력이 지금 이러고 있는 게 더 놀랍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왜 이렇게 표류하고 있다고 보는지. “우선 상황에 대해서 평가하고 진단하려면 늘 책임 문제, 자기부정의 문제가 따른다. 그게 핵심이라고 본다.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건 정권의 성과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고 자세에 대한 심판,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다고 본다. 정권의 성과, 자세 이 부분 모두에 대해서 아픈 자기진단은 현재 정권을 주도하는 부분에서는 잘 안 나온다. 매우 인색하거나 완고한 모습 많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는 정말 책임있는 주도적인 핵심의 자기부정을 전제로 한 진단 없이는 거기에 대해서 획기적인 방안이 나올 수가 없고 전환이 안되는 거다. 전환이라는 건 부분적인 자기부정이 따른다. 아픔이 있고 책임이 따르는 건데 이걸 안 하니까 이걸 전제로 한 모든 부분이 진행이 못 되는 거다.” -대통령과 여당이 각각 선거 결과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취해야 할 기본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평가한다면. “당장 선거 결과도 그렇지만 정치의 출발점은 국민의 삶의 행복을 책임지겠다는 거 아니겠나. 결과까지 책임져주면 좋고 결과가 아니면 과정에 동참, 출발점에 공감이라도 하겠다는 것 아니겠나. 아이가 울면 ‘운다고 밥이 나오냐’라고 할 게 아니라 왜 아픈지 살펴야 한다. 국민들이 아파하는 부분은 굉장히 구조적이라고 본다. 금융위기 이후부터 온 양극화라고 얘기되는 부분에서 우리가 경제 자체는 선진국으로 들어섰는데 분배 구조나 흔히 애기하는 경제정의 이런 부분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 고용없는 성장, 50대와 20대가 함께 일자리가 없는데 50대는 100살까지 살아야 하고 20대는 8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일자리나 경제전망은 없고 알파고,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일자리가 전 세계적으로 몇백만개가 없어지고, 산업구조와 문명 자체가 바뀌는 걸 우리는 제대로 대비하고 있고 그게 나의 현재 생활과 연결되고 있는가, 희망과 대책 있는가, 이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하다. 정부와 여당이 제시하는 부분에 대해서 결과가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이런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걱정하고 동참하고 그런 부분이 약하니까. 제시되는 게 없으니까 의지해야 할 이유를 상실하고 거기다 자세까지 안 좋으니까 분노까지 이어지게 된다. 정부와 우리사회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보수세력이 사회를 책임질 수 있다는 안정감, 이 부분 자체가 전반적으로 위기에 있다고 본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부 집권여당은 ‘우리는 할 만큼 한 게 아니냐’고 하는데 열심히 했는데 야당이 안 도와준 건 부각될 수 있는데 그건 부분적인 것이고. 더 큰 그림에서 보면 정부와 이 사회의 주류 기득권이 무한책임을 줘줄 때 불만 세력도 비판을 하면서 큰 틀에서 인정하고 들어가는 거다. 이 부분이 아귀가 안 맞는다.” -선거 이후에 국민들을 향한 태도에 문제가 있는 거지? “그렇다. 당장에 선거야 내년도 있고 다수당은 왔다갔다 할 수 있지만 대다수 국민의 불안과 분노는 단순히 정당 행태뿐만 아니라 일단 현재 집권세력부터 심판하는 거고 경고를 주는 거다. 당신들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하라고. 이게 채워질 때까지 국민에 의한 정치권 강제개편 동력은 끊임없이 된다. 화산이 터질 수밖에 없는 마그마는 계속 끓고 있다고 본다.” -상임 전국위원회가 친박 보이콧으로 무산되고 비박한테 나가라고 하고 있다. 보수 성향 언론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뭔가 망가진 거 아닌가? “내용을 알 수있는 위치에 있지 않아서 자체를 언급하기는 그렇고.” -지금 새누리당 안에는 개혁적 보수가 없어진 것 같다. 왜 새누리당에서 개혁적 합리적 보수가 몰락한 건가. “포용적 국가, 포용적 사회가 갖고 있는 힘, 잡종강세의 힘, 다양성을 녹여내는 용광로의 힘, 이런 게 있다. 대한민국의 보수가 때도 묻고 잘못도 저질렀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걸 수용하면서 새롭게 자기화할 때 신진대사 되고 생명력 갖고 확장력 갖는 건데 이게 순혈주의, 당장 나와 다른 것들과 맞춰가야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 사실 민주주의는 불편한 것이지 않나. 독재가 얼마나 편하냐. 하지만 획일적인 건 효율성은 높아 보이지만 지속성과 신진대사,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힘이 없는 거다. 이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 성향의 차이다. 현재 새누리당 사태를 포용적으로 풀고나가기 위해선 획일주의, 순혈주의에 빠져서, 다양성을 끌어가나는 포용에 따르는 불가피한 불편함, 답답함을 감당하기를 꺼리는 그게 근본 문제라고 생각한다.” -2014년 지방선거 때 원희룡, 남경필 이런 개혁적 정치인들이 나가면서 중앙정치가 부실해졌다는 분석이 있다. 동의하나. “저는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안하고. 제가 언제까지 소장파 역할을 하겠냐. 그런 것들은 신진대사에 의해 채워질 거고. 대한민국의 보수, 안보와 지속성장을 고민하는 진보 쪽도 있지만 보수 쪽도 전문가와 성취지향적인 사람들로 저력이 있기 때문에 일부가 빠져도 금방 채워진다고 본다.” -그런데 안 채워졌다. “그렇다면 신진대사와 전체 물관리 맡고 있는 컨트롤 부분에 문제가 있는 거다. 물 갈아주고 채워주야 한다. 농사 짓고 아이 키우는 부모의 마음, 수문 관리하는 관리자처럼 자기가 불편하고 손해 보더라도 큰 전체를 위한 관리자가 돼야지, 자기 개인, 자기끼리의 이 부분을 우리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하면 더 큰 위기에 부닥칠 거다.” -새누리당이 정권을 뺏기고 10년 야당 하면서 말 그대로 환골탈태를 했는데 요즘은 ‘이제 뱃살이 늘었구나’하는 느낌이 있다. 옛날 신한국당 때로 돌아가는 거 아닌가. 2016년에 새로 충원된 정치인들 중 개혁적 보수가 잘 안 보인다. “시대의 필요가 중장기적으로 모든 걸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시대의 필요와 맞지 않는 부분으로 채워져 있다면 격렬한 재편 과정이 시급하게 되냐, 천천히 되냐, 또는 주도적으로 하냐, 강제로 당하느냐의 문제이지 그 흐름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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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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