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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28 19:19 수정 : 2016.12.28 23:19

사진 속에 나타난 박근혜 대통령의 피부 시술 의혹 흔적들. 오른쪽 턱 아래 동그랗게 부어오른 자리에 주삿바늘 자국과 멍 자국이 선명하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다. 눈이 내리고 크리스마스도 지났지만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는 그의 지독한 확신에 놀랍다가도, 너무나 그답다는 생각에 우습기도 하다. 지독한 우스움 혹은 우스운 지독함이 ‘박근혜다움’일 텐데, 그것은 패션 스타일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옷에 관해서는 지난 칼럼 ‘벌거벗은 대통령’에서 다뤘으니, 이번에는 피부 관리법이다. 이것으로 그가 더 이상 이 지면에 등장하지 않길 바란다.

피부는 외부의 유해 자극을 방어하고 체온을 조절하며, 촉각과 통증 등 감각기능을 수행한다. 살아있는 인간의 피부는 시간이 지나면 표피는 죽고 물기가 빠지면서 주름이 진다. 이런 자연스런 노화 현상에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 함께 오묘한 약품과 기묘한 의료시술로 적극적으로 맞섰다. 찢어 당기고 밀고 이어 붙여서 만든 얼굴 피부는 가짜 꽃처럼 인위적이나, 화사하고 매끄러우며 탱탱하다. 주름 없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를 유지하려고 끈질기게 애쓴 탓에, 그의 얼굴 나이는 거꾸로 먹었다. 10년 전보다 지금의 피부가 훨씬 더 싱싱하다. 본인은 제 나이보다 젊은 지금의 피부 상태가 몹시 만족스럽겠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 상태는 비참하다.

왜 그는 팽팽한 피부를 원했을까? 2000년대 초반 비싼 국외 브랜드의 가방처럼, 요즘은 피부 상태가 사회경제적 신분을 드러내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피부 톤이 맑고 투명하며 잡티 없이 깨끗하면 높은 지위를 누리며 잘사는 사람으로 비친다. 따라서 나이든 이의 주름 없는 피부는 재력, 능력, 높은 지위 등을 표시하는 수단이다. 박 대통령 주변의 60~70대 인물들이 이웃 어르신들과 달리 매끈한 피부를 유지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정기적으로, 불법으로 배양된 줄기세포 주사까지 맞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체외에서 배양된 자신의 줄기세포를 몸에 넣는 자가 배양 줄기세포 주사는 1회 시술 비용이 평균 500만원에서 1억원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최순실과 김기춘도 줄기세포 주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정농단의 주범들을 ‘줄기세포동맹’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그들의 아지트인 차병원에서는, 출산 후 탯줄에서 나온 혈액인 제대혈을 이용한 주사를 차병원의 회장을 비롯한 브이아이피(VIP)들에게 임상연구를 한다는 명목으로 무료로 시술했다는 의혹도 최근에 제기됐다. 설령 그 브이아이피 리스트에 줄기세포동맹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고 밝혀지더라도 놀랍지 않다. 서로서로 새로 나온 좋은 시술 정보를 나누고 소개하고 편의와 특혜를 베풀며 지금까지 잘 먹고 잘살았을 것이다. 이들에겐 피부 관리로 맺어진 인연이 정의와 국익보다 중요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얼굴과 피부 관리법은 권력을 유지하고 작동하는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그에게 권력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매끄럽게 관철하는 수단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의 역할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조절해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함에 있다. 그러나 그는 일체의 다름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의심하거나 뜻을 거스르면 배신이라 낙인찍었다. 그가 임기 초부터 외쳤던 소통의 참뜻은 내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라는 말이었다. 듣지 않고 따르지 않으면 힘으로 억누르고 처벌해서 그의 의견에 대한 반발과 저항을 얼굴의 주름을 펴듯 말끔하게 없애 버렸다. 과속방지턱 없는 도로를 그는 지금까지 질주해왔던 것이다.

아름다움을 탐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하지만 공직자가 살갗의 번들거림에 탐닉하여 주어진 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돌이킬 수 없이 무한하다. 우리는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미스코리아’ 대통령,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해외를 다니는 ‘패션피플’ 대통령을 원하지 않았다. 화려한 옷과 매끈한 피부로 가려졌던 대통령의 진짜 모습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참으로 서글프다.

이동섭 예술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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