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12 18:57
수정 : 2016.10.12 22:08
민주주의 투사, 그의 진심이 나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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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오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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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던 박정희 정권이 두 달 만에 무너졌다. 시작은 1979년 8월. 와이에이치(YH)무역의 여성 노동자들이 야당이던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을 했는데, 경찰이 폭력 진압을 해서 사망자가 나왔다.
당시 신민당 총재는 만 51세의 김영삼. (김대중은 가택연금 상태였다.) 그때만 해도 결기 넘치는 민주투사였다. 9월 중순에 <뉴욕 타임스> 기자와 만나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미국은 박 정권을 압박하라”고 말했다. 박 정권은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10월4일, 김영삼의 의원직 제명안을 밀어붙였다.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를 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야당이 맞받아쳤다. 신민당 소속 의원 전원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아, 제발! 싸움은 이렇게 하는 것 아닐까?) 10월13일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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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4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당한 뒤 의사당에서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 그리고 10월13일 신민당 의원 전원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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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떻게 되었는가. 10월16일부터 부산과 마산 지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다. 부마항쟁의 시작이었다. 곧이어 터진 10·26 사건으로 박 정권은 붕괴. 김영삼은 그 후로도 민주세력의 지도자였는데 1990년에 ‘3당 합당’으로 군부 인사들과 손을 잡는다. 대통령이 되고서는 행보가 더욱 들쭉날쭉했다. 공도 크고 과도 크다. 그의 진심이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글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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