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06 19:06
수정 : 2016.12.0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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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사고를 당한 안전문(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체 직원 김아무개군의 가방에 있던 스패너 등의 작업 공구와 컵라면, 스테인리스 숟가락, 일회용 나무젓가락. 김군 유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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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덕분에 황금 마차 탔던 정유라. 그 대척점엔 김군이 있다. 5월28일 구의역에서 안전문 고치다 죽은 김군. 그의 사연과 하청노동자 문제 심층보도한 공로로 이재욱·방준호 기자는 오늘(6일) 제19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수상했다. 휴직하고 아기 보는 이재욱 기자는 말한다.
-컵라면과 작업 공구 사진 기억나요.
“김군 삼촌이 조카 유품이라며 휴대폰에서 보여주기에 받아 실었죠.”
-독자 슬프게 한 컵라면.
“농심 육개장 사발면, 850원. 그날도 컵라면 먹지 못할 만큼 시간 쫓겼을 듯.”
-어떻게 단독 보도했는지.
“반복되는 안전문 노동자 죽음에 의구심 갖던 차에, 유족 만나보라는 선배 지시 받고 다음날 정오 장례식장 방문. 뜻밖에도 취재진은 저뿐. 유족들은 보자마자 도와달라 했어요. 그 뒤 연속보도.”
-사고 뒤 제2, 제3의 김군 현실은.
“서울시는 지하철 안전업무 분야 직접고용안 내놓았죠. 국회에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 개정안’등 발의. 벼랑 끝 비정규직 현실은 여전.”
-오늘 수상소감은 어떻게.
“김군 소속된 용역업체 은성피에스디(PSD)의 핵심 제보자는 서울메트로 출신인데 지난 7월 해고됐어요. 술에 취하면 전화하시죠. ‘이 기자, 나도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어. 은성으로 옮길 때도 연봉 깎이지만 오래 일할 수 있고 자식들 시집장가 보낼 때 보태주려 한 것밖에 없어.’ 일부 언론은 그를 김군 죽인 ‘메피아’로 몰았죠. 언론이 흉기 되는 사례. 그 해고노동자에게 가장 감사해요.”
-100일 막 지난 이 기자 아들한테 한마디.
“당황스러운 질문.(웃음) 아가야, 정유라 보고 누구보다 더 분노하고, 김군 보고 누구보다 더 아파할 줄 아는 사람 되거라.”
고경태 신문부문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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