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보좌관 Z의 여의도 일기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공복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머슴이 되고픈 의원의 손과 발과 머리가 되는 사람들이 보좌관입니다. 정치부터 정책까지 의원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사람들입니다. 정치 현장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익명의 여러 보좌관들이 보고 듣고 느낀 ‘정치의 속살’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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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충북도청에서 열린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충북도가 준비한 선물을 의원들의 차에 싣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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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질의서 들어야 해?”
보좌관에 서류 집어던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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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고구마 삶기’ 시킨 의원은 구인난 불법이 의심되는 갑질과 횡포도 많다. 국회에서 지급되는 의원실 운영경비로 자기 부인의 생일을 축하하는 꽃과 선물을, 사랑의 메시지와 함께 보내라는 요청을 너무나 당연하게 보좌진에게 하는 의원. 부인의 심부름은 물론 자녀 일정까지 수행비서에게 맡기는 의원. 보좌관의 정강이를 발로 차고 따귀를 때리는 의원…. 모두 실제 일어났고, 아마 지금도 반복되고 있을 일들이다. 20대 국회도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최근 한 재선 의원 방에서 비서를 구했다. 채용 직전까지 갔던 지원자가 결국 탈락했는데 이유가 가관이다. 매일 새벽 의원실에 나와 고구마와 콩을 전기포트에 삶으라는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물론 고구마와 콩은 의원의 아침 식사다. (의원회관에서 취사는 금지돼 있다.) 이제 국회의원 비서의 자질에 ‘고구마 잘 삶기’도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 이런 일들은 국회의원이 언제 어느 때라도 ‘임면신청서’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 보좌진 고용 제도 탓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고 해서 강하게 항변할 수도 없다. ‘나에게 충성하기 싫으면 나가라’가 영감(보좌진이 국회의원을 부를 때 쓰는 은어)들의 최종 답변이라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국회 보좌진은 일명 ‘사노비’로 불린다. 의원 개인에게 종속된 노비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국회의원 1인당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1명씩과 인턴비서 2명이 딸려 있다. 국회에 ‘사노비’ 2700여명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의원이 말도 안 되는 갑질과 횡포를 일삼는 건 아니다. 보좌진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는 의리있는 의원도 있고, 개인적인 일이나 주말 일정은 수행 없이 자신이 운전대를 잡는 의원도 있다. 비 오는 날 보좌관에게 직접 우산을 씌워주는 의원도 있다. (물론 이런 의원들은 소수다.) 유럽의 국회는 의원 개인을 보좌하는 직원을 최소화한다. 채용도 ‘의원 도장이 찍힌 종이 한 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회가 각 의원실을 대신해 사무처 직원으로 채용한 뒤 이들을 의원실에 배치한다. ‘자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의원들도 조심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으로서 전문성도 보장받고 승진도 공무원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되면 정책 보좌진은 각 정당이 의석에 비례해 할당받은 만큼 뽑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뽑은 보좌진은 의원 개인의 업적 생산을 위한 소모적인 일 대신 진짜 필요한 정책을 만드는 데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것이다. 의원회관에서 ‘못 볼 거’ 많이 본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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