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보좌관 Z의 여의도 일기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공복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머슴이 되고픈 의원의 손과 발과 머리가 되는 사람들이 보좌관입니다. 정치부터 정책까지 의원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사람들입니다. 정치 현장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익명의 여러 보좌관들이 보고 듣고 느낀 ‘정치의 속살’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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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대의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에서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해 투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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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해설하는 전대의 모든 것 바람몰이할 현역 의원 규합이 핵심유력 당 대표 후보군은 평시에도 일상적으로 조직을 관리한다. 암묵적인 ‘조직 담당자’가 있는데, 이들은 일상적으로 전국을 다니며 지역위원장이나 ‘빅마우스’들을 만난다. 보스가 당 대표가 되면 ‘암묵적 조직 담당자’는 당의 조직사무부총장이 되곤 한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전국 조직을 치밀하게 유지·관리하는 정치인은 이제 드물다. 돈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이다.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당 대표 당선 2년을 맞아 대규모 지지자 모임을 열었던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조직 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뿐일 것이다. 최근엔 ‘전통의 강자’인 조직을 넘어서는 요소가 생겼다. ‘바람’이다. ‘이번에는 누구 한번 밀어보자’는 거대한 흐름이 형성되면 조직이고 뭐고 아무 힘을 못 쓴다. 요즘 당원들은 예전처럼 ‘오더’에 잘 휘둘리지 않는다. 나름 정치의식이 높기 때문이다. ‘바람’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캠프 내에선 예전에 비해 조직 담당자 못지않게 ‘바람’ 담당자의 위상이 높아졌다. 조직과 바람, 두 가지 핵심 포인트를 잡고 있는 사람이 현역 의원이다. 그들은 기자들과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두루 만날 수 있다. 바람도 ‘스피커’가 있어야 분다. 이래저래 ‘현역’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국회의원 없이 전당대회를 치른다는 건 불가능하다. 후보는 ‘의원 줄세우기’라는 부정적 시선을 피하려 ‘조찬모임’을 위장해 의원들을 모은다. ○○○○년 우리 캠프 첫 의원모임은 10여명의 국회의원들로 시작했다. 그들은 지역별로 조직 책임자를 정하고, 분야별 업무를 나눴다. 3선 국회의원이 좌장 역할을 했다. 언론에는 대변인을 맡기로 한 초선 국회의원 한 명만 공개하기로 했다.(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의외의 인물들도 얼굴을 내비쳤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공천 보험’을 들기 위해 양다리를 걸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 우리 캠프는 단출했다. 전략·총무·상황·조직·공보를 책임지는 실무자들이 중심이었다. 처음에는 5명, 전당대회 직전에도 수십명에 불과했다. 국회의원 모임은 캠프 밖에서 비공식적으로 운영됐다. 물론, 당 대표 후보의 측근 국회의원들은 별도의 모임이 있었다. 주기적으로 시내 모처에 모여 선거 상황을 점검하고 전략을 수립했다. 후보도 대부분의 일을 이들과 상의하며 결정했다. 이른바 ‘실세’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전당대회 이후 핵심 당직에 임명됐다. 요즘 전당대회는 예전처럼 돈을 쓰지 않는다. 당 대표 후보는 1억5000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고 법정 상한액도 없지만, 정당법이 워낙 돈 쓸 곳을 묶어놔서 쓰려고 해도 합법적으로는 쓸 곳이 없다. 괜히 조직책들에게 현금을 뿌리다 당과 선거관리위원회의 감시망에 걸리면 국회의원 배지가 떨어질 수 있다. 그것보다 더 큰 낭패는 없다. ○○○○년 전당대회 때도 돈이 묶이다 보니 실무자들은 고통스러워했다. 전당대회에 앞서 지역을 순회하며 시·도별 연설회가 열린다. 이때 후보는 지역위원장이나 시민사회 대표자들과 아침·점심을 먹는다. 이때 조건이 하나 있었다. 설렁탕이나 순댓국 수준으로 식대를 맞추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후보의 철칙이었다. 그래서 수행원들의 고충이 컸다. 어느 날 수행하는 후배가 입을 삐죽 내밀고 이런 한탄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지금 제 몸에서 피 뽑으면 하얀 설렁탕 국물이 쏟아질 것 같아요.” 그는 며칠째 설렁탕만 먹고 있다고 했다. 전대가 열리는 이 무더운 여름, 그는 이번에도 어딘가에서 순댓국, 설렁탕, 순댓국, 설렁탕으로 이어지는 지옥행군을 겪어내고 있을 것이다. 전당대회가 ‘주업’인 전직 보좌관
‘줄세우기’ 비판에 ‘조찬모임’ 위장 실탄 쌓아 뭉칫돈 뿌리기는 옛말
돈 아끼려 모임 메뉴는 설렁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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