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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8 01:56 수정 : 2006.09.18 02:29

금태섭 검사의 글이 중단되기까지 검찰 내부에선 거센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밤 늦도록 환하게 불이 켜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 장철규기자 chang@hani.co.kr

간부회의서 “중단해야”→금 검사, 불응
2회분 사전회람→금 검사, 수정본 제출
정 검찰총장 ‘공익’보다 ‘조직 보호’ 선택


금태섭 검사의 연재 기획이 좌절되는 과정은 검찰의 현주소를 잘 드러내준다.

금 검사는 “수사기관과 피의자 피해자 등 수사 참여자들이 공정한 게임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협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수사기관 종사자들이 피의자의 권리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기고를 시작했다.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에 대해 ‘공익의 대표자’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충실하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의 인식 수준은 결국 ‘조직 보호 논리’를 뛰어넘지 못했다.

금 검사는 지난 7월 중순께 <한겨레>에 “검사 생활을 하며 안타까운 피의자들을 많이 봤다. 피의자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돕는 글을 써 보고 싶다”며 기고할 뜻을 전해왔다. <한겨레>는 기고의 취지가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금 검사의 글을 싣기로 했고 1, 2회분 원고를 미리 넘겨받았다.

금 검사의 글이 <한겨레>에 보도된 1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들은 늦게까지 대책회의를 열었고, 주요 간부들이 나서 금 검사를 상대로 연재 중단을 설득했다. 하지만 금 검사는 “인권 보호 기관으로서의 의무에 충실하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기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연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간부들은 금 검사한테서 연재 2회분의 초고를 넘겨받았다. ‘조서에 도장을 찍지 말라’는 내용의 초고에 대해 검찰 간부들은 강력 반발했다. 금 검사의 동료와 후배 검사들도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고 이런 상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금 검사는 13일 “2회분 내용을 수정해서라도 연재를 계속하고 싶다”는 의견을 검찰 지휘부와 <한겨레>에 전해왔고 <한겨레>는 이를 양해했다. 금 검사의 수정본을 두고 대검과 중앙지검 일부 간부들은 ‘이 정도면 내용상 괜찮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기고 자체가 중단돼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기조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정상명 검찰총장이 특히 강경한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강찬우 대검 공보관은 “총장은 금 검사가 상부 보고 없이 기고한 것을 앞으로 검찰을 ‘경영’하는 데 큰 장애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금 검사의 수정본을 검토한 뒤에도 “<한겨레>에 건넨 원본부터 수거하라”며 강경한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검찰이 인권 보호 기관임을 누누히 강조했던 정 총장도 ‘공익’대신 ‘조직 보호 논리’를 선택한 셈이다.

금 검사는 검찰 수뇌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연재를 계속할 뜻을 굽히지 않다가 결국 정상명 검찰총장을 면담하고 난 뒤 <한겨레>에 기고 중단 의사를 밝혔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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