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 esc]
“손님은 피부가 하얘서 어떤 색이든 잘 받아요.” 믿었습니다. 옷가게 점원이 직업윤리를 발휘해 날린 ‘선심성 발언’을 사실이라고 믿었습니다. 무채색도 총천연색도 예쁘게 소화하는 줄 알았습니다. 착각이 무너진 건 십수년 전 언젠가 ‘오렌지색 입술’이 유행할 때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화장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싱그럽기 짝이 없던 이나영이 오렌지색 립스틱을 바르고 찍은 광고를 보곤 그만 꽂혀버리고 말았습니다. 부랴부랴 립스틱을 사 처음 바른 순간 아, 그건 정말 ‘재난’이었습니다. 거울 속에선 말 그대로 입술만 동동 떠다니고 있더군요. 이나영처럼 생기지 못한 제 자신을 탓하며, 화장지를 뽑아 입술을 지워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게 이번 커버스토리로 다룬 ‘퍼스널 컬러’ 때문이란 걸 알게 된 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죠. 사람마다 어울리는 색이 제각기 다르다는 건 참 재밌는 일입니다. 키도, 체형도, 머리카락 굵기도 사람마다 다르기에 이 세상에 다양성과 개성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처럼, 퍼스널 컬러도 단조로운 세상에 생기를 부여하는 재미난 특징이란 생각이 들어요. (물론 왜 ‘우월한 유전자’는 남의 것이고, 나는 이 모양인가 하는 억울함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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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될 수 없는 물의 색.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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