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06 19:13
수정 : 2016.07.08 10:55
[매거진 esc] 야매 주역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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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33대 가왕에 오른 ‘로맨틱 흑기사’.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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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 3일 <문화방송>의 <복면가왕>에서 ‘로맨틱 흑기사’가 33대 가왕에 등극했습니다. 흑기사의 정체가 로이킴이라고 벌써부터 시끌벅적한데…, 어쨌든 흑기사는 다음 대결에서도 우승할 수 있을까요?
A. 9연승을 한 ‘음악대장’을 ‘하면된다 백수탈출’이 꺾자 오만가지 뒷말이 나왔다. 음악대장이 공연 일정 때문에 일부러 탈락할 게 뻔한 선곡을 했다는 ‘합리적 선택론’부터, 흥행을 고려한 방송사 쪽이 일부러 그를 떨어뜨렸다는 음모론까지. 그래서인지 하면된다는 음악대장에 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고, 지난 주말엔 흑기사에게 가왕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흑기사는 음악대장만큼 사랑받으며 다음 대결에서 이길 수 있을까? 주역점으로 하늘의 뜻을 물어보자. 주역점이 뭐냐고? 이번은 첫 회니까, 친절한 나님이 확실하게 알려주지. 주역과 사주를 헛갈리는 사람이 많은데, 주역은 사서삼경 가운데 하나로 항상 변화하는 우주만물의 원리를 음양이론에 기반해 밝힌 책이다. 그 원리는 64개의 괘로 설명되는데, 괘는 동전이나 ‘서죽’이라 부르는 얇은 나뭇가지로 점을 쳐서 뽑는다.(나님은 야매니까, 김발에서 50개를 뺐다.) 공자도 심심할 땐 주역점을 쳤다는데, 70%는 맞는 것 같다고 했다더라. 40대 후반에 ‘나그네’라는 뜻의 괘를 뽑고선, 자신이 벼슬과 인연이 없음을 알고 춘추전국을 주유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반면 사주는 음양이 분화한 오행에 갑을병정…, 자축인묘…라는 간지를 붙이고, 생년월일시에 따라 인간의 삶을 예측하는 거다. 그러니까 주역점은 태어난 때를 몰라도, 꼭 사람의 운명에 관한 게 아니어도 동전이나 김발만 있으면 칠 수 있다.
그럼 점은 어떻게 치냐. 그건 이 연재가 잘리지 않는다면 다음 회에 설명하겠다. 흑기사 숨넘어갈라…. 김발에서 뽑은 서죽으로 점을 쳐 나온 본괘(6개의 효로 이뤄짐)는 ‘화수미제’(火水未濟). 하지만 구이(아래에서 두번째 효)와 상구(맨 위의 효)가 동효(음 또는 양만으로 이뤄져 있어, 그 반대로 바뀌는 효)라 바뀐 지괘는 ‘뇌지예’(雷地豫)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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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흑기사’의 다음 경연 운세를 물어 나온 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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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미제는 미완성, 새롭게 나아감을 뜻한다. 아직 무엇도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심사숙고하고 주의깊게 행동하면 좋은 일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 뇌지예는 즐거움을 말한다. 다가오는 새 시대를 기쁘게 맞이한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뭐라고? 이거, 흑기사가 다음에도 우승한다는 얘기 아닌가? 지난 방송 때 ‘사랑은 늘 도망가’와 ‘제발’을 부를 때 보여준 것처럼 부드럽게 속삭이다 힘차게 내지르고, 달콤하게 간지럽히다 애절하게 간장을 태우는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좀더 구체적으로, 효사(괘를 이루는 효 여섯 개가 각각 가진 뜻)를 살펴보자. 변화한 효만 보면 된다. 본괘의 구이는, 숨을 고르며 기다렸다 적절한 때를 골라 공격하면 이긴다는 뜻이다. 상구는 성공을 앞두고 자제력을 잃으면 안 되며, 자칫 술 때문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구는 특히 ‘신흥세력’에 적용될 때 길하다고 한다. 이제 지괘를 볼 차례. 지괘의 두번째 효는 향락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한다는 뜻이고, 여섯번째 효는 암담한 상황에 처해도 탈은 없다는 뜻이다. 어머, 이게 웬일이야? 흑기사가 비 온다고 부침개 먹으러 갔다가 ‘필’ 받아서 막걸리 10통 마시고 쓰러지지 않는 이상, 다음 경연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 아닌가! 게다가 ‘신흥세력’에 특히 길한 효까지 받았으니 이제 1승을 한 흑기사, 어쩌면 음악대장처럼 오래오래 가왕 자리를 지킬 수도 있다. 이 점, 맞을까? 다음 방송에서 확인하시라.
사당동 선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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