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0 20:33
수정 : 2016.07.21 15:21
[매거진 esc] 야매 주역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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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와이프> 주연 전도연. <티브이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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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무당님, 지난 17일 <복면가왕>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점 보신 대로 ‘로맨틱 흑기사’가 진짜로 2연승을 하다니, 방송 보다가 저도 모르게 “헐!” 했다니까요. 이번엔 드라마 얘기 좀 물어보고 싶어요. 전도연씨가 11년 만에 찍은 드라마 <굿 와이프> 말이에요, 지난겨울 같은 방송사에서 화제를 모은 김혜수씨의 <시그널>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요?
A. ‘후훗, 그 정도야 뭐’라고 뻐기고 싶지만 사실 나님 좀 쫄았었다. 나님 아무리 야매고, 주역점 맞을 확률이 70%라 해도 ESC 연재 첫회(
7월7일치 ‘로맨틱 흑기사’ 다음 경연 이긴다?)부터 틀리면 망신살 뻗쳐서 어쩌나, 엄청 걱정했지. 경쟁자였던 ‘니 이모를 찾아서’는 폭발적인 고음으로 관객들 홀리는데 흑기사가 잔잔한 ‘그리움만 쌓이네’를 선곡한 걸 보고선 ‘아, 이번 연재는 글렀구나’ 했다니까. 그런데 소오름. 흑기사가 가슴을 치며 “네가 보고파서 나는 어쩌나” 할 때 이긴다고 믿게 됐다. ‘공연의 신’ 이승환이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절정 부분을 창자가 끊어지듯 부르는 그 절절한 장면이 떠올랐다면 말 다 했지 뭐.
지나간 얘긴 여기까지 하고, 들뜬 마음도 가라앉히고, 의관을 정제한 뒤 하늘에 물었다. 전도연과 <굿 와이프>가 김혜수와 <시그널>보다 잘될 수 있을까요? 김발을 뽑아 만든 서죽 50개로 점을 쳤다. 우선 서죽 하나를 먼저 바닥에 놓고, 49개를 임의로 양손에 나눠 쥔다. 오른손에 쥔 서죽 가운데 하나를 빼 ①바닥에 두고 나머지는 ②다른쪽 바닥에 가지런히 둔다. 그런 다음 왼손에 쥔 ③서죽이 1~4개가 남을 때까지 4개씩 차례로 빼낸다. ④남은 서죽은 ①에 합치고, 빼낸 서죽은 또다른 곳에 둔다. ②를 손에 쥐고 ③, ④ 과정을 반복한다. ①에 모인 서죽의 수가, 효를 만드는 첫번째 숫자가 된다. 모인 서죽은 두고, 나머지로 ①~④를 두 차례 반복하면 첫번째 효가 나온다. 다른 다섯 개의 효는 이 전체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말로 하면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단순노동인 ‘나뭇가지 뽑기’로 나온 본괘는 ‘화지진’(火地晉). 상구(6번째 효)가 음으로 변하지만, 이렇게 변하는 동효가 하나밖에 없으므로 변괘는 고려하지 않고, 본괘의 의미만 해석한다.
‘화지진’이 무슨 뜻이냐? 불 화, 땅 지, 나아갈 진. 말 그대로 불이 땅 위로 나온 형상이다. 즉, 태양이 지평선 위로 떠오르며 밝아지는 모양과 같다는 뜻으로 일이 술술 잘 진행된다는 괘다. 전체 16부 가운데 4분의 1을 방영한 <굿 와이프>의 시청률은 4.5%(닐슨코리아)로, 12.5%를 기록해 <티브이엔> 역대 드라마 시청률 2위를 차지한 <시그널>의 절반에도 아직 못 미친다. 하지만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무게감, 유지태가 맡은 ‘태준’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 나나가 맡은 ‘김단’이 보여주는 양성애자의 매력 등이 갈수록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인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
특히 원작인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면서 캐릭터의 ‘한국화’가 안 돼 어딘가 모르게 서걱대고 이물감이 느껴지는 이 작품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물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건 오롯이 전도연의 힘이다. 작정하고 올가미를 씌우려드는 검사한테, 남편을 향한 사랑과 증오를 꾹꾹 눌러담아 “제가 이 법정에서 들어야 할 질문은 남편이 집에 오길 바라냐다”라고 통쾌하게 되받아치는 장면에 어울릴 배우를, 나님은 그녀 말곤 떠올릴 수가 없다. 그래도 12%는 너무 높은 수치 아니냐고? 글쎄, 아직 드라마가 방영될 날은 한달하고도 반이 더 남았다.
사당동 선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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