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7 19:09
수정 : 2016.08.17 20:30
[매거진 esc] 야매 주역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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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1년 연속 20도루의 대기록을 달성한 한화 이글스의 정근우.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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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 자리를 두고 중위권 팀들의 경쟁이 정말 치열합니다. 8월7일까지의 경기 결과, 4위 에스케이 와이번스부터 8위 롯데 자이언츠까지 4.5게임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순위도 엎치락뒤치락 매일같이 바뀌고 있죠. 이 격동기에, 마약 같은 야구를 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는 5위 안에 들까요? 기적처럼 와일드카드를 쥐고, 2007년 이후 9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는 감동을 팬들에게 안겨줄 수 있을까요?
A. 눈물겹다. 웬만한 팀 다 하는 5연승, 6연승을 8년 만에 해내 스포츠면 머리기사가 되는 팀, 소속 선수 전체 연봉이 150억원을 넘어, 3위 넥센 히어로즈(40억5800만원)의 4배 가까이 되면서도 하위권에서 맴도는 팀. 그런데도 홈·원정 안 가리고 매 경기 8회만 되면 육성으로 ‘최강한화’를 목 터져라 외치는 팬들. 야구가 뭐라고, 한화 이글스가 뭐라고 이런단 말인가!
짠한 마음을 간신히 누르고, 야매 전용 김발 서죽을 뽑으며 하늘에 물었다. 한화 이글스는 5위 안에 들까요? 본괘는 ‘화뢰서합’. 깨물고 씹어서 부조리를 척결하는 괘라고 한다. 그런데 첫번째 효(초구·초육)와 네번째 효(구사·육사)가 변하는 효(동효)라, 지괘는 ‘산지박’. 풍비박산의 괘다. 무슨 뜻일까?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 단락은 대충 넘어가시라.) 불 화(火), 번개 뢰(雷), 씹을 서(?), 입 다물 합(?)의 ‘화뢰서합’은 불처럼 위엄 있는 조치와 번개처럼 밝은 판단, 입을 다물고 치아로 방해물을 분쇄함을 뜻한다. 즉, 바른 판단과 지혜로운 대처로 방해물을 제거하면 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동효인 초구는 바르게 훈육하려고 혼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사는 극한의 어려움을 견디다 대길해진다는 뜻이다. 지괘인 ‘산지박’은 산 산(山), 땅 지(地), 벗길 박(剝)인데, 그 모양을 보면 맨 위의 효(상구) 하나만 양이고 나머지는 모두가 음인 극단적인 ‘음양부조화’다. 따라서 모든 것이 박살나는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궁하면 통하는 법. 궁극으로 가면 복을 얻을 수도 있다. 동효인 초육은 기초가 무너진 형국이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고, 육사는 빨리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전체가 붕괴된다는 뜻이다.
하아, 놀랍지 않은가? 올 초 강력한 우승 후보로까지 꼽히던 한화 이글스는 막상 4월1일 정규 리그가 시작되자마자 패패-승-패패패패-승-패패패패패패패-승-패패패의 참혹한 성적을 이어갔다. 부실한 선발투수진에, 사실상 유일한 선발이었던 로저스의 기행과 퇴출, 불펜진 혹사와 원칙 없는 투수 기용, 국내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김태균의 부진, ‘갓경언’ 김경언과 믿었던 최진행의 부상…. 돌이켜보면 꼴찌가 아닌 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팬들로선 속 터지고 기운 빠진 속에 맥주를 들이부을 수밖에 없는 날들이었다.
하지만 5월말 5연승, 6월초 6연승으로 기세를 올리기 시작하더니, 6월21일엔 엔씨 다이노스의 16연승을 저지했고 7월7일엔 ‘약속의 8회’에만 11안타, 11득점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 통산 한 이닝 최다안타 타이 기록, 올 시즌 한 이닝 최다득점 타이 기록을 세웠다. 이튿날엔 마침내, 92일 만에 ‘꼴찌 탈출’의 감격을 선사한 데 이어 최근까지 3연전 경기 대부분을 위닝 시리즈(2승 이상)로 마감하는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며 7위까지 올라섰다.
자, 어떤가? 이 정도의 와신상담이면 ‘대길’해지고 ‘복’을 얻을 가능성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이용규·정근우, 불꽃남자 권혁, 극강 귀요미 로사리오, 믿고 보는 송창식·하주석, 그리고 다른 모든 선수들과 팬이 흘린 땀으로 날아라, 독수리!
사당동 선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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