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31 19:11
수정 : 2016.09.06 15:51
[매거진 esc] 야매 주역풀이
Q. 브라질 올림픽에서 한국이 종합순위 10위 안에 드는 목표를 달성할 거라고 내다봤던 사당동 선무당님, 어쩜 이렇게 신통방통하세요?(8월4일치 ESC 5면 ‘한국팀, 브라질 올림픽에서도 10위 안으로!’ 기사 참조) 이번엔 추석 극장가 판도가 궁금합니다. 올가을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두 편 <고산자,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와 <밀정> 가운데 어떤 영화가 더 흥행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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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 시네마서비스 제공, (오른쪽)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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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에헴, 김발로 점치는 야매라고 우습게 보지 마시라. 사심 없이, 정성을 다해 하늘에 뜻을 묻는 게 중요한 거니까.(사실, <굿와이프> 시청률은 못 맞혔다. 더 겸손하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주역점으로, 복수의 대상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성적이 좋을지를 가늠하려면, 각각의 대상을 놓고 따로 점을 쳐야 한다. ‘<고산자>가 흥행에 성공할까요?’를 물어 점괘를 얻고, ‘<밀정>이 흥행에 성공할까요?’를 다시 물어 점괘를 얻은 뒤 해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각각 점을 쳤더니 <고산자>는 ‘택수곤’, <밀정>은 ‘천풍구’가 나왔다.
연못 택(澤), 물 수(水), 괴로울 곤(困)의 ‘택수곤’은 연못 아래로 물이 새니 연못이 고갈돼 매우 곤란한 상황을 말한다. 그런데 보통의 사람이라면 모든 일에 실패하지만, 올곧고 바르게 행동하는 대인이라면 곤경을 뚫고 성공할 수 있다는 뜻도 지닌다. 하늘 천(天), 바람 풍(風), 만날 구(?)의 ‘천풍구’는 하늘 아래 바람이 불어 온 세상 사물을 만나는 형국으로, 뜻밖의 재수 없는 만남을 의미한다. 괘만 두고 보자면, 두 영화 모두 흥행에 성공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하지만 달이 차면 기울고, 궁하면 통한다는 게 주역의 이치. 아무리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 해도 좋은 ‘태도’를 취하면 화를 면할 수 있다는 게 주역의 가르침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산자>의 괘를 좀더 풀어보자면, ‘승부사’로 불리는 강우석 감독과 짧고 뭉툭한 손톱마저도 섹시한 배우 차승원이 시사회와 무대인사, 영화 홍보 활동 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밀정>의 괘는 좀더 재미있다. 이 괘의 두 번째 효(구이)에는 ‘백성이 다른 나라의 손님이 되면 불리하다’는 뜻이 담겨 있는데, 이 영화가 ‘재수 없게’ 맞붙는 작품이 하필이면 <매그니피센트7>, <벤허>(리메이크)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한국 관객들이 이들 영화에 몰리면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함부로 공격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는 뜻도 담겨 있어, ‘스타일리스트’ 김지운 감독과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가 온 마음을 다해 관객을 기다리면 돌파구를 열 수도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자, 어떤가? <고산자>든 <밀정>이든 기대작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점괘가 맞을지 안 맞을지는 나중 일, 나님은 지금 당장 영화를 보러 가야겠다.
사당동 선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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