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30 19:46
수정 : 2016.12.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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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저녁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 시민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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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야매 주역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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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저녁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 시민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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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토요일마다 촛불 드느라 어깨가 부서질 것 같습니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만 지켜질 듯합니다. 그 어떤 수사를 갖다 대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참담한 엉망진창을 만들어놓고 어떻게 저렇게 버틸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가요. 국회가 알아서 하라는 3차 대국민 담화를 보고선 정말,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더군요. 이제 답은 탄핵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박 대통령은 탄핵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간절히 바라는데,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을까요?
A. 그 답답한 심정, 나님도 이 땅의 민주시민이니 이해하고도 남는다. 특히 이렇게 어이없는 일이 닥칠 때 하늘의 뜻이 궁금한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이 코너와 나님은 어디까지나 ‘야매’다. 제대로, 오래, 진지하게 주역을 공부하고 의미를 짚어내는 깊이가 나님에겐 없다. 이 점이 맞을까 재미로 보고, 갑갑한 마음에 잠시나마 웃음을 주려는 것이니 점괘에 큰 의미는 두지 마시라.
실은 벌써 한참 전에 그가 스스로 물러날지를 하늘에 물었었다. 그때 ‘풍화가인’ 초구(첫번째 효)와 구삼(세번째 효)이 변해 ‘풍지관’을 얻었다. 효사들을 종합해보면, ‘가족이나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이 문제를 일으켜 나라에 큰 갈등이 생긴다. 허나 당사자의 지혜가 모자라고 근시안적이라, 자기반성을 하지 못하고 물러날 때를 모른다’는 뜻. 소오름은 둘째 문제, 제발 틀리길 바랐다.
질문을 받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될까요? ‘순수한 궁금증’(innocent why)으로 질문에 집중하며 김발 서죽을 뽑았다. ‘화뢰서합’의 초구와 구사가 변해 ‘산지박’이 나왔다. 효사를 종합해보면, ‘더는 죄를 짓지 못하도록 형벌을 주는 형국인데, 험난한 상황에서도 강직하게 단죄해야 한다. 부패와 기강 문란으로 사회가 기초부터 흔들리는 상황으로, 당장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전체가 붕괴된다’는 의미가 된다. 점괘대로라면 박 대통령은 탄핵될 수도 있다. ‘이게 나라냐’는 외침이 이토록 이어지는데 제아무리 ‘여당’이고, ‘보수 헌법재판소’라 해도 버텨낼 재간은 없을 거라는, 낙관적인 해석이 가능하겠다.
서비스 점괘 하나 더. 어딘가 석연치 않아 질문을 하나 더 해봤다. ‘박 대통령은 제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요?’ 나온 점괘는 ‘산풍고’. 윗사람은 하는 일 없이 놀고, 아랫사람은 맹종해 나라가 부패하고 혼란해졌으니, 이제 모든 것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허헛. 이 괘가, 이번 주말에도 광장에 나갈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힘이 되면 좋겠다.
사당동 선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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