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8차 촛불집회 ‘박근혜 즉각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 본 집회를 마친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구명복을 입고 행진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Q. 새해 종소리 들은 지가 바로 얼마 전 같은데 벌써 2016년도 끝이 보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저 태어나 가장 어이없고 기가 막힌 해였지만, 민주시민들이 들고 있는 광장의 촛불이나 정치담론이 활발히 퍼져나가는 모습을 볼 땐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어찌됐건 갈 해는 갈 해. 이제는 새해를 새 마음으로 맞아야지요. 선무당님, 2017년 대한민국은 어떤 한 해를 보내게 될까요? 민주공화국의 주인으로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A. 탄핵심판이니 조기 대선이니 개헌이니 정치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 탓에 이 땅에 닭이 남아나기나 할지 모를 정도로 민생과 동물권의 미래가 어지럽다. 이런 혼돈의 시기가 설마 내년 내내 이어지기야 할까.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의 뜻을 물었다. 2017년 대한민국의 국운은 어떻겠습니까.
대격변의 시기를 반영한 듯, 동효가 많다. 본괘는 ‘천풍구’. 여기서 효 네 개가 변해 지괘는 ‘지산겸’. 동효가 셋 이상이면, 동효 중에서 효 하나를 다시 뽑아 효사를 해석해야 한다. 뽑은 건 두 번째 효(구이, 육이).
‘뜻밖의 만남’을 뜻하는 천풍구 구이의 효사는 ‘꾸러미에 물고기가 들어 있으니 무사하나, 손님은 불리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물고기는 국민을 뜻한다. 보통은, 민심을 얻은 이가 국민과의 의리를 지키고 정치를 해 나가면 나라가 태평해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지러워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겸양’의 괘인 지산겸에서 육이는 ‘이름이 나서 남들이 알아줘도 겸손하면 길하다’는 게 효사다. 겸양의 덕을 지키며 정도를 걷고, 잘난 체하지 않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내년 대선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지키라는 민심을 문자 그대로 제대로 받드는 후보와 정치세력이라면 높은 득표율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그 세력이 초심을 잃지 않고 민심을 받드는 정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정치를 해나간다면 나라가 안정될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또다시 혼란이 올 수 있으므로 경계하라는 의미다. 참 쉽고도 원론적인 점괘인데, 그걸 현실정치에서 실천하는 건 왜 그리 어려운 일이었을까. 다음 집권자는 부디 전임자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그래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체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주기를 온 마음을 다해 빌며 마지막 야매 주역풀이를 마무리하겠다.
그동안 나님의 주역 공부 경력이나 실력에 가당찮게 과분한 지면을 받았고, 뜻밖의 관심도 받았다. 심지어 ESC 사무실로 나님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문의까지 왔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넘치게 고마운 일이고, 그보다 더 죄송스럽다. 마지막 인사는, 제 운명은 누구나 제 스스로 볼 수 있다는 말로 대신할까 한다. 주역점도 한겨레교육문화센터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손쉽게 배울 수 있다. 특권층과 종교인이 문자를 독점한 시대에 그 특권을 유지해주고 다수 민중의 눈을 가린 수단이 바로 그 문자였던 것처럼, 특수한 누군가만이 운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계속된다면 운명이 주인인 ‘나’는 그 누군가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제 운명을 책임지고 살아낼 주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끝>
사당동 선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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