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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전문가 한여름이다 보니 무척 덥네요. 더구나 저는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여름보다 차라리 겨울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주변 한국 친구와 동료 등에게 전할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덥다고? 너희 나라가 여기보다 상당히 덥잖아!”라는 확고한 의견, 더 정확히 말하면 편견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아프리카 나라들이라면 항상 어디나 폭염 날씨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54개 나라 전부의 날씨가 사하라 사막처럼 폭염 날씨일 수는 없겠죠. 아프리카 대륙의 나라들은 기후가 다양합니다. 겨울이 있는 나라가 있는 것도 너무 당연한 사실입니다. 마찬가지로 저의 고향인 에티오피아도 해면하 125미터부터 해발 3000미터 정도의 고도 차이로 인하여 열대에서부터 아열대, 냉량까지 세 가지 기후대가 있습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은 없지만, 나름대로 기후가 각각 다른 4계절도 있죠. 여름(3개월의 우기), 가을(수확철), 겨울(눈이 내리지는 않지만 아침마다 서리가 내림), 봄까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기후가 온화하며, 연평균 기온은 27도입니다. 에티오피아 기후에 대한 이런 편견 때문에 가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약 3년 전에 어느 한국 분이랑 에티오피아로 출장을 가게 됐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가기 전에 현지 기후를 확인하게 되는데요. 그럴 시간이 없었는지, 아니면 “아프리카니까 당연히 덥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분은 한여름에나 입을 수 있는 옷들만 챙겨서 갔습니다. 그런데 마침 에티오피아는 우기여서, 반팔 옷만 입고 다닐 만한 날씨가 아니었습니다. 도착한 바로 다음날 그는 씩씩하게 반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고는 추위를 못 이겨 부랴부랴 점퍼를 사러 다녀야 했답니다. 아프리카를 대륙이 아니라 나라로 잘못 생각해서 이런 실수를 하는 사람이 이분만은 아니겠죠. 저는 주변 사람들이 여름마다 “덥다고? 너희 나라가 여기보다 상당히 덥잖아!”라고 말을 할 때마다 잘 설명을 합니다. 왜냐면 관심이 있거나 가보지 않은 이상 제 고향 날씨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똑같은 사람이 매년 여름마다 똑같은 질문을 하면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뿌리 깊은 편견이라고 봐도 되겠죠. 앞으로 아프리카에 가실 일이 있는 분은 반드시 그 나라, 그 지역의 기후를 확인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4주 뒤에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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