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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전문가 한국에서는 서른이 넘으면 가만있어도 주변에서 안부 인사처럼 연애는 하고 있는지, 결혼은 왜 안 하는지 질문을 받게 됩니다. 내가 지난 몇 년간 다녀온 한국의 결혼식은 결혼식장을 대관해 길어야 1시간 안에 예식을 마치고 손님들 끼리끼리 앉아 뷔페 음식을 먹고 헤어지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외국인들이 봤을 때는 진정한 축하 마음을 느낄 수 없는 ‘결혼식 공장’(Wedding factory)입니다. 에티오피아의 결혼식은 한국의 결혼식과 많이 다릅니다. 비슷한 점이라면 (전통적으로) 신랑이 신부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결혼을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랑의 아버지가 마을 인근에서 인정받은 어르신 3명과 신부의 부모를 찾아가 허락을 간청한 뒤 오케이를 받아야 합니다. 결혼식 때는 새벽부터 신부 쪽 일가친척들이 모두 신부 집으로 모여 사람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만듭니다. 미리 모인 가족들은 서로 안부를 묻고 챙기느라 바쁘죠. 신부는 예쁘게 꾸민 거실 한가운데 앉아 신부 들러리들, 가족, 친척들과 사진 촬영을 하며 신랑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몇 시간이 지나고 신랑과 신랑의 가족, 친구들이 떼로 몰려옵니다. 이때 전쟁이 시작됩니다. 신랑이 쉽사리 신부의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신부 가족과 동네 사람들이 신랑을 막습니다. 마치 한국에서 함이 들어올 때의 결혼 관습과 비슷합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들이대고 실랑이를 벌입니다. 고생 끝에 신부가 있는 방으로 들어오면 다시 한 번 예의를 갖춰 신부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신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집 밖으로 나오면 집안 모든 어르신들이 바깥에 일렬로 앉아 있는데, 신랑 신부는 덕담을 듣고 손등과 볼에 키스를 나눈 뒤 집을 떠납니다. 신랑 신부 차를 선두로 모든 가족이 차를 함께 타고 이동하는데, 마치 퍼레이드하듯이 이동하는 내내 노래를 부르고 경적을 울려댑니다. 매주 주말이면 아디스아바바의 도로는 이렇게 결혼 행진하는 차들로 시끌벅적합니다. 신나게 이동해 도착하는 곳은 나무들이 울창한 넓은 공원입니다. 그곳에서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신랑 신부의 사진 촬영을 돕습니다. 오후 1시 이후가 돼서야 결혼식장에 도착합니다. 초대된 손님들은 결혼식장에서 기다리고 있죠. 신나는 에티오피아 음악이 울려 퍼지면 손님들의 박수를 받으며 신랑 신부가 멋지게 입장합니다. 신랑 신부가 하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케이크 커팅식 뒤 가족들이 준비한 맛있는 ‘인제라’(에티오피아 전통음식)와 각종 고기 음식을 다 함께 나눠 먹습니다. 에티오피아 결혼식, 재미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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