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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8 18:38 수정 : 2016.09.28 20:12

테스파예
마케팅 전문가

어느 나라를 가나 클럽이나 펍 같은 주점엔 신분증을 보여줘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그런데 깜빡하고 신분증을 들고 나오지 못한 외국인들 중에선 입구를 지키는 ‘기도’를 설득해서 들어가려고 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 과정에서 언쟁이 벌어지거나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이 결과적으로는 그 나라에 대한 나쁜 인상을 남기게 되기도 합니다. 특히 특정 인종이나 국적자 등의 입장을 금지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또 여권을 소지하지 않고 ‘외국인등록증’만으로는 입장할 수 없다고 막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광객이 아닌 이상 다른 나라에서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늘 여권을 등록증과 함께 갖고 다니지는 않는데 말입니다.

제 고국인 에티오피아에서도 중국인 출입을 금지하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필리핀에는 한국인 입장을 제한하는 곳들도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외국인의 출입을 통틀어서 금지하는 곳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더군요.

이런 일들은 말 그대로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무지한 결정권자 때문에 벌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서른을 넘다 보니 클럽이나 주점 등에 이십대 때만큼 자주 놀러 다니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추석 연휴인 9월17일엔 친구들이 집에까지 찾아와 나가서 놀자며 저를 끌어내지 뭡니까. 이 친구들 중 두 명은 한국에 귀화한 터여서 저와는 다르게 신분증이 한국인들 것과 동일합니다. 저 같은 외국인들이 갖고 다니는 신분증은 ‘외국인등록증’이라고 해서 한국인의 ‘주민등록증’과는 다른 것입니다.

그날 친구들이랑 서울 이태원에서 여기저기 다니다가 얼마 전 새로 생긴 한 클럽에 입장하려고 했죠. 그런데 클럽 입구에 서 있는 ‘기도’들이 귀화국민인 두 친구의 입장을 가로막더군요. “입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여권이 없는 외국인은 한국인 신분증을 갖고 있더라도 출입을 금지시키라는 사장님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하는 겁니다. 한국인과 똑같은 신분증을 소지한 사람을 외국 출신이라고 출입금지하는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같은 사회 안에서 국민의 모든 기본적인 의무를 똑같이 지키며 살고 있는 귀화국민을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클럽 사장님은 한번이라도 ‘내가 다른 문화권에 갔을 때 똑같은 식으로 출입금지를 당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을까요? 증오는 증오를 낳을 수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다음에 또 다른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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