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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시리아 사무국장 시리아에 다녀온 분에게 할랍에 대해 물으면 십중팔구 알레포의 올리브 비누와 알레포 성을 안다고 대답할 것이다. 알레포(아랍어로 할랍)는 시리아뿐 아니라 지중해 동부 연안 레반트 지역에서도 가장 큰 도시다. 기원전 4300년대에 설립돼,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였다. 알레포는 고대 아모리트 왕국인 얌하드의 수도였고, 그 후 여러 민족과 문명이 거쳐갔다. 지중해와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위치하고 동쪽으로는 실크로드의 끝에 있기 때문에 중요한 상업지점이었다. 덕분에 오스만제국 시대에는 이스탄불, 카이로와 더불어 3대 주요 도시이기도 했다. 1869년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고, 20세기 들어 프랑스의 위임통치를 받는 과정에서 알레포는 상업적인 중요성을 잃었다. 그럼에도 지식과 문화예술, 그리고 문명과 건축에 관해서라면 반드시 알레포를 얘기할 수밖에 없다. 1986년 알레포의 고대 도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고, 2006년 이슬람 교육과학문화기구의 ‘이슬람의 문화 수도’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시리아 혁명이 시작하고 알레포 주민들도 혁명에 동참하면서 알레포는 인적·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경제활동이 중단되고 알레포의 고대 도시, 우마이야 모스크, 알레포 성, 오래된 교회들과 다른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유적들도 파괴되었다. 시리아 반정부군의 근거지는 알레포와 인근 지역이다.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와 이란, 헤즈볼라, 쿠르드민병대와 협력해 이 지역을 봉쇄한 채 공습을 계속하면서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지금도 죽거나 다치고 있다. 병원들도 무너졌거나 서비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알레포 시민 30만명이 음식과 약품 등이 부족해 고통 속에서 고립된 채 방치되어 있다. 미국도 알카에다와 연계된 세력을 축출한다며 알레포 인근 지역에 폭격을 감행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전투기가 알레포 근처 만비즈 마을을 폭격해 100여명이 숨졌고, 이 중 여덟 가족은 몰사했다고 한다. 미국 국방부는 단순 실수였다며 사과했다. 최근 시리아 반정부군 몇몇 조직이 정부군의 봉쇄를 뚫고 주민들을 돕고자 연합했다. 시민 활동가들도 알레포 상황을 알리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알레포는 불타고 있다’, ‘만비즈는 죽어가고 있다’ 같은 캠페인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국제 언론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한국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도덕적 의무를 가지고 세계문화유산인 알레포와 그곳의 주민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알려야 한다. 그것은 잃어버린 우리의 인간성을 되찾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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