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3.22 19:19
수정 : 2017.03.22 21:23
압둘 와합
헬프시리아 사무국장
본인은 시리아 혁명이 시작되기 전에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현 시리아 정부가 발행한 여권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큰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제 여권을 갱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자국 밖에서 여권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여권의 발급이나 갱신은 시리아 내 이민·여권국 또는 해외 시리아 대사관에서 합니다. 그러나 시리아 혁명으로 세계 곳곳의 시리아 대사관이 문을 닫았고, 남은 대사관들도 해외에 체류하는 시리아인들에게 공식 문서를 발급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공식 문서를 발급해 주는 곳은 레바논과 아랍에미리트의 시리아 대사관 그리고 터키 이스탄불의 시리아 영사관입니다. 이들 나라로 가기란 매우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곳에 가려면 비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터키에 와 있습니다. 이스탄불 영사관은 어마어마한 민원인들로 혼잡해 인터넷으로 방문 날짜를 예약해야 하지만, 예약은 터키 내에서만 할 수 있고, 예약만 하는 데도 몇달이 걸리기도 합니다. 예약한 날 방문하더라도 여권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떤 직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운이 좋은 사람도 겨우 2년 동안 유효한 여권을 받을 수 있고, 여성이나 60살 이상 남성은 6년 동안 유효한 여권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사드 정부는 혁명 관련자로 의심되는 사람, 혁명이 시작된 이래 시리아 내에서 군복무를 포기한 사람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여권을 갱신해주지 않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여권 발급이나 갱신을 해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반면 수많은 브로커가 시리아 내 아사드 정부의 기관이나 해외주재 대사관에서 최대 3천달러의 거금을 받으며 여권 발급 업무를 대행합니다. 이것도 정식 여권이 나오는 것인지 위조여권일지 보장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시리아인들은 때론 1500달러를 들여 위조여권이라도 받고자 돈을 지급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위조여권을 사용하다 적발되어 강제 추방되거나 체포됩니다. 시리아를 탈출해 나온 사람들이 다시 시리아로 추방되어 돌아간다는 것은 죽으러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리아 밖에서 태어난 아이들 특히 레바논이나 터키에서 태어난 어린이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그 아이들은 여권과 같은 신원 확인 서류가 아예 없습니다.
시리아 혁명이 7년째 접어들었고, 아사드 정부는 여전히 해외에 있는 시리아인들에게 신분 확인을 할 수 있는 서류들을 만들어주지 않음으로써 벌을 내리고 있습니다. 해외에 체류하는 수많은 시리아인이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유엔은 지구상의 개인은 여권과 공식적인 개인문서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또한 유엔은 이런 예외적인 상황에서 그러한 문서를 발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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