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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11 18:32 수정 : 2017.10.11 19:49

압둘 와합
헬프시리아 사무국장

2018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시리아가 이란과 비기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 것을 많은 한국 친구들이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나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다른 시리아 국민들도 나와 비슷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는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하라”고 하지만, 시리아가 처한 상황 앞에서 무의미해 보인다. 이 말은 축구대표팀에 관해 정치적 분쟁 상황을 적용하면 안 된다, 축구팀이 상징하는 특정 정치단체와 상관없이 대표팀을 지지하고 응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시리아는 완전히 다르다. 시리아에서 정치활동이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하거나 분리하지 말라는 주장을 할 필요조차 없다. 지금 시리아에서 정치는 폭력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정치가 평화로운 갈등의 중재가 아니라 무력충돌일 뿐이다.

지금 싸우고 있는 세력들 중 오직 한 세력만이 선수를 선택하고 축구팀을 결성한다. 축구팀은 그 세력을 완전히 지지하고, 그 세력의 지도자를 상징하는 기호와 사진을 유니폼에 붙인다. 그 세력은 바로 아사드 시리아 정부다. 이 축구팀의 존재가 시리아 정부의 회복과 선전에 기여한다. 그 정부의 합법성은 의심스럽고 의문의 여지가 크다.

그런데도 시리아팀이 승리하면 우리는 기뻐해야 할까? 매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축구팀이 아사드 독재정권의 팀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축구팀의 승리를 기뻐하는 것은 곧 아사드의 생존을 찬성하는 것이 되므로, 이들이 월드컵에 출전할 것이라고 들었을 때 나는 반기지 않았다. 오히려 슬펐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지는 것을 원했다.

하지만 아시아 예선에서 시리아가 강팀 호주를 상대로 골을 넣었다고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한순간에 설레고 행복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시리아팀을 만난다는 영원한 꿈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순간의 기대였을 것이다. 그러나 50만 희생자, 150만 부상자, 30만 수감자, 700만 실향민, 600만 난민 및 교육받지 못하는 300만 어린이들을 생각하니 그 기쁨이 즉시 사라졌다.

아사드 독재자는 자신의 선전을 위해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용한다. 일부 선수들은 불행히도 그편에 서고 다른 선수들은 두려워서 참가한다. 그들은 시리아가 아닌 아사드를 대표하는 팀이기에 나는 그 축구팀을 응원할 수 없다. 그 축구팀은 나를 대표하지 않는다. 시리아에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져서 국가대표팀이 시리아 국민 모두를 대표할 수 있을 때 나는 그 팀을 응원할 것이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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