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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05 18:43 수정 : 2018.12.05 19:12

압둘 와합
헬프시리아 사무국장

외출을 할 때마다 연말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잘 보내고 더 행복한 새해를 맞이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희망이 충전된다. 그러다 한순간, 강제로 집을 떠나 난민캠프에 있는 시리아인들이 겨울나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지가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진다.

시리아 전체 인구 2300만명 가운데 약 1300만명이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 있다. 그중 약 600만명은 시리아를 떠나 전세계에 흩어져 난민이 됐고, 약 700만명은 시리아 내, 아사드 정부군이 점령하지 못한 지역에서 살고 있다. 일부는 집에서 지내지만 대다수는 국경 인근지역에 설치된 임시 캠프에서 지낸다. 캠프 생활은 참혹하고 비참하다. 안전하지도 않고 전투가 언제 다시 발발할지 모르니 불안에 떨며 산다. 일자리는 없고 생활 물가도 비싸다. 게다가 시리아 비극의 끝이 보이지 않자,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도 차츰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기후가 많아지면서 요즘은 시리아에 눈과 비가 많이 와 캠프 생활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낡은 텐트를 새것으로 바꾸기 어려운데다 난방도 잘 안 되어 난민들이 추위에 떠는 경우가 많다. 배수 시설 또한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바닥은 진흙으로 가득하다. 며칠 전에는 비가 많이 내려 텐트들이 물에 잠겨버렸고 결국 기아와 추위로 아이와 노약자 몇명이 숨졌다고 한다.

시리아 정부는 각종 행정 증명서 형식을 자주 바꾸며 국민들에게 갱신을 요구하는데, 이는 직접 정부기관에 가야만 처리가 되는 일이다. 강제이주당한 사람들은 고향의 관할기관에 가야 하는데 체포될까 두려워 아예 못 간다. 그러다 보니 군인이랑 친분이 두터운 변호사들이 브로커 노릇을 하며 사람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가족기록부·출생신고를 위해서는 1천달러가량을 내야 하고 혼인·이혼신고의 경우엔 1천달러 이상을 내야 한다. 물론 이것은 공식적인 수수료가 아니다. 공식적인 수수료는 추가로 따로 내야 한다. 이전에는 이러한 서류 발급은 무료이거나 적은 수수료로 가능했는데, 지금 아사드 정부는 국민의 발목을 잡고 장사를 하고 있다.

게다가 시리아 정부는 강제이주시킨 이들의 부동산을 압류했다. 러시아·이란의 대기업들은 시리아 수도인 다마스쿠스와 그 인근지역(다라야, 동구타 등)에서 재건 사업에 나섰는데, 부동산 등기부나 소유권을 입증할 만한 서류를 무효화해 (시리아) 국가 명의나 이란과 가까운 군인 명의로 바꾸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만일 사실이라면, 이란은 이런 방식으로 다마스쿠스 및 외곽지역을 소유해 앞으로 아사드 정부가 무너져도 계속 시리아에 이란의 영향력이 남아 있도록 계획하고 있는 것이리라. 실제 해당 지역 집들이 폭격으로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시리아군과 이란 민병대는 지뢰 제거 작업을 하는 척하면서 집들을 폭파한다. 한마디로 아사드가 자국민인 시리아인의 집을 직접 없애고 있다는 뜻이다.

전세계인들이 절망에 빠져 있는 무고한 시리아인들을 한번쯤 기억하고 기도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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