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1 21:25
수정 : 2006.09.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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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달 카쌍잠초 부부.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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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싸 불교사원 앞에서 만난 금발 아내·티베트 남편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라싸의 성지 조캉사원 앞 신도들의 인파 속에서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오체투지하는 금발의 서양인은 라싸에서도 낯선 풍경이기 때문이다.
한국 이름이 ‘시이달’이라는 금발의 미국 여성 시다 바우 새지는 1996년부터 대구에서 탈춤과 택견을 배운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봉산탈춤으로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2000년 제1회 안동 국제 탈춤축제에서 티베트의 춤꾼 카쌍잠초 새지와 만나 결국 2005년 결혼했다. 한국이 인연을 맺어준 미국과 티베트 부부인 셈이다.
“나, 한눈에 한국사람으로 보이지 않아요?”라며 능청을 떠는 시이달은 카쌍잠초와 결혼하기까지 “모든 게 운명”이라고 말한다. 시이달은 중국어를, 카쌍잠초는 영어를 아직 배우기 전인 까닭에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두 사람은, 안동에서 만난 지 두 시간만에 카쌍잠초가 시이달 숙소로 전화를 걸어 무작정 “아이 러브 유”라고 고백하는 바람에 인연이 이어졌다. 이후 시이달의 근거지인 한국과 카쌍잠초의 고향인 중국 간쑤성 간난저우 마취현 아완창향을 오가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접근시켰다. 2005년 8월 간난저우에서 티베트 전통 방식으로 혼례를 올린 두 사람은 “티베트의 전통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지난 6월25일 고향을 걸어서 출발했다. 많은 티베트 젊은이들이 오체투지 순례 전 우선 걸어서 라싸까지 가며 ‘훈련’을 한다. “2600㎞를 걸으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영어와 티베트어를 가르쳐줬고, 전설·고향·별 이야기 등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티베트 불교의 성지순례 관습이 없었더라면 우린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없었을 겁니다.”
11일 라싸에 도착한 시이달 부부는 19일까지 조캉사원에서 매일 오체투지하다 고향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라싸까지 오는 길에서 만난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수첩에 빼곡히 기록했다. “순례의 기록이 충분히 쌓이면 책으로 펴내 티베트인들의 삶을 세상에 알리는” 게 이들의 꿈이다. 라싸/이상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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