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의 내 마음속 도서관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일레인 아론 지음, 노혜숙 옮김/웅진지식하우스(2017) “넌 툭하면 우냐?” “울면 복이 달아난다.” “겁 많기는!”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자주 들었던 핀잔이다. 나는 무슨 큰 문제가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넌 너무 예민하다’는 지적을 들을 때마다 마음의 문을 차곡차곡 닫은 결과 인간관계가 매우 좁아졌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의 예민함이 나의 창조성의 원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제는 사람들이 내게 말한다. “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전 똑같은 걸 읽었는데, 이런 생각 전혀 못했어요.” 이젠 조금 알 것 같다. 누군가는 ‘너무 예민하다’고 지적하고, 누군가는 ‘너무 기발하고 재미있다’고 지적하는 부분이 사실 알고 보면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것을. 그 같은 뿌리는 바로 지극한, 때로는 지독한 예민함과 섬세함이었다.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은 예민한 사람들의 필독서가 될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정말 많이 위로받았다. 10대 시절에 읽을 수 있었더라면, ‘난 이상한 아이’라며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고 밝게 자랄 수 있었을 것 같다. 스스로도 너무 예민하여 모든 자극을 피해 다니기에 바빴던 저자는 훗날 심리학자가 되어 이런 책을 썼다.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내적인 경험은 잘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참을성이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위대한 창의력과 통찰력 그리고 열정과 동정심을 보여준 많은 사람은 사실 매우 민감한 사람이었다.” 저자는 타인보다 지나치게 민감하기 때문에 세상을 두려워하거나 수많은 기회를 놓쳐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결코 어떤 기회도 놓치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을 지키고 창조성을 발현할 틈새 공간을 찾아내라고 권유한다. 저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예민한 탓에 인간관계를 맺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자신의 고유성을 실현하는 개성화 과정은 무엇보다, 아무리 주변이 시끄러워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만일 본연의 자신을 발견하는 ‘해방’을 향한 진전이 느리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민감함은 특별한 능력이 될 수 있으며, 직관이 발달하고 육감이 뛰어난 이들이 지닌 잠재력은 인류의 역사에서 수많은 역할을 해왔다고 말이다. 혹시 ‘너무 내성적이다’, ‘숫기가 없다’는 말 때문에 상처받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자신의 예민함이 때로는 좋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사회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섬세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민감한 이들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은 하천의 1급수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열목어나 쉬리처럼 그 사회의 청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섬세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마음껏 예민할 권리, 마음껏 민감할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더 많은 사람이 안전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이니까. 예민함은 결코 질병이 아니다. 예민함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잠재력이자 창조성의 다른 이름이다. 정여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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