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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18 19:39 수정 : 2017.05.18 20:24

정여울의 내마음속 도서관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김서영 지음/은행나무(2014)

남들은 ‘왠지 안 될 것 같다, 그게 과연 되겠냐’는 눈초리로 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지만, 나는 왠지 ‘이건 될 것 같다, 나는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남들이 아무리 말려도, 나는 꼭 해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심리학자 칼 융이라면 이것을 ‘내 안의 신화가 깨어나는 순간’이라고 했을 것이고, 프로이트의 창조적인 계승자 자크 라캉이라면 ‘실재계에 눈을 뜨는 순간’이라고 명명할 것 같다. 자기 안의 신화, 혹은 실재계는 우리가 무의식 안에 이미 가지고 있지만 아직 발현하지 못한 잠재적 힘이다.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가 처음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가 엄청난 수련과 고통스런 자기 발견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스스로가 ‘세상에 하나뿐인 구원자, 더 원(the One)’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그는 자기 안의 신화를 실현하며, 실재계의 기적 속으로 성큼 다가가는 것이다.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은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우리의 삶’과 ‘영화 속의 비범한 주인공들의 기적 같은 이야기’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낸다. 그 연결고리가 바로 프로이트와 융, 라캉의 핵심 개념들이다. 융의 눈에는 모든 사람들이 이미 영웅이다. 다만 그 영웅적 힘을 스스로 깨닫지 못할 뿐이다. 심리학의 과제는 바로 ‘나는 콤플렉스 덩어리야, 결코 이 상처를 극복해내지 못할 거야’라고 믿음으로써 자기 안의 가능성을 억압하는 내면의 괴물과 싸워 이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를 가로막는 내 안의 모든 그림자와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화해하여 그림자의 어두운 에너지조차 내적 성장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때, 자기 안의 신화는 창조된다. <해리 포터>의 마력은 어른들에게도 신화적 힘을 발휘한다. 아무에게도 그 특별함을 인정받지 못하던 해리 포터가 마법학교에 가자 모두가 그를 알아본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알아본다. 마법학교는 해리 포터처럼 평범해 보이는 아이의 마음속에 잠재된 엄청난 신화적 에너지를 끌어낸 기적의 장소다. 우리에게도 그런 마법학교가 있다면, 누구나 자기 안의 신화 속으로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영화에 담긴 심리치유의 에너지를 발견함으로써, 우리는 무의식의 잠재력을 의식의 실질적 힘으로 끌어내는 적극적 자기수련의 모험을 떠날 수가 있다.

내 안의 그림자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그동안 지하실에 밀어 넣고 문을 잠가 버린 후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부분을 이제야 돌보게 되는 것”이다. 마주치기 싫어 외면했던 내 안의 모든 상처들이 어느덧 괴물이 되어 내 무의식의 동굴 깊숙이 숨겨져 있다. 그 괴물에게 직접 다가가 말을 걸어야 한다. “한 번도 돌보지 않았기에 혼자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며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괴물에게 다가가 그것을 꼭 안아 주어야 한다.” “씻겨 주고 쓰다듬어 주고 먹여 주고 안아 주어 애착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렇게 내 안의 괴물, 내 안의 그림자를 어르고 달랠 수 있을 때, 나는 내가 믿어오던 것보다 훨씬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내 안의 잠재된 무의식의 가능성을 믿음으로써 내가 발 딛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이 심리학의 궁극적 목표다.

정여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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