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생각] 정여울의 내마음속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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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티컬 <마틸다>의 공연 포스터.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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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지음, 김난령 옮김/시공주니어(2018) 아주 어린 시절, 우리에게 ‘부모’를 선택할 권리가 있었더라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우리에게 어떤 폭언도 하지 않고,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고, ‘너는 나처럼 살면 안 된다’는 가슴 아픈 조언도 하지 않는 부모를 선택할 권리가 있었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거침없고, 원한 없고, 후회 또한 덜하지 않았을까. 로알드 달의 천재적인 캐릭터 마틸다는 정말 그런 선택을 한다. ‘사랑하지 않는 부모를 버릴 권리’를 이 천재 소녀 마틸다는 거침없이 실현한다. 마틸다는 학대받는 어린이들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부모에 대한 증오를 대변하는 살아 있는 증인이다. 마틸다는 정말로 자신을 괴롭히는 부모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양육권자로 선택한다. 우리가 내심 표현하지 못하고 숨기는 부모에 대한 원망, 부모가 나에게 잘못을 해도 ‘나를 키워주셨으니까’ 차마 표현하지 못하는 두려움과 분노까지, 마틸다는 거침없이 표현한다. 마틸다는 다섯 살 때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과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읽었으며, 가난하지만 지혜롭고 총명한 하니 선생님에게 처음으로 따스한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학교에 다닌다. “엄마는 제가 뭘 하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요”라는 마틸다의 고백은 읽을 때마다 눈물겹다. 마틸다는 책을 읽음으로써 세상 모든 슬픔을 잊고, 책을 친구로 삼음으로써 외로움을 달래며, 책 속의 지혜를 삶 속에서 실천함으로써 부모의 무관심과 학대를 이겨낸다. 트런치불 교장선생님의 독재로 얼룩진 학교에서 마틸다는 자신의 또다른 재능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손을 대지 않고도 물건을 옮길 수 있는 초능력이다. 마침내 이 초능력은 마틸다보다 더 심하게 학대받으며 자라난 또 하나의 피해자, 하니 선생님을 교장선생님의 폭력과 압제로부터 구해낼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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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티컬 <마틸다>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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