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31 17:19
수정 : 2017.08.31 21:09
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1992년 6월에 삼성전자 주가는 2만7000원이었다. 지금은 230만원 정도 한다. 25년동안 대략 80배 정도 오른 셈이 된다. 상승은 다섯 번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반도체와 핸드폰이 번갈아 가며 역할을 했다.
첫번째 상승은 1994년에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출시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게 원인이었는데, 2년에 걸쳐 600% 정도 올랐다. 두 번째 상승은 1998년에 시작됐는데 여전히 반도체가 주역이었다. 휴대폰과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아이티(IT)가 버블이 될 정도로 경기가 좋았던 덕분인데 17개월 사이에 880%나 올랐다. 다섯 번의 상승 중 가장 빠르고 큰 상승이었다.
2001년과 2008년에는 핸드폰 호황이 주가를 끌어올린 주역이었다. 2001년에는 애니콜이, 2008년에는 갤럭시가 세계 고가 핸드폰 시장을 주름잡으면서 분기에 5조 가까운 이익을 올렸다. 그 덕분에 2001년에는 52개월간 530%가, 2008년에는 39개월간 340%나 주가가 올랐다. 그리고 지금 다섯 번째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네 번의 상승을 통해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가 동력일 때에는 단기에 급등하지만 핸드폰이 동력일 때에는 장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오른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번 상승은 반도체가 주역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이익이 급증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1년반 사이에 주가가 220%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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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반도체 빅사이클이 이어질 거라 전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원인이란 얘기가 있고, 데이터가 많이 만들어져 서버 용량이 늘어나면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 게 원인이란 얘기도 있다. 이번 삼성전자 주가 상승은 2001년 이후 두 번의 상승에 비해 속도가 빠를 걸로 전망된다. 반도체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처럼 이익이 급증하는 종목은 주가를 움직이는 힘이 둘로 나눠진다. 하나는 이익 증가분인데, 전분기와 비교해 이익이 늘어나는 규모가 커질 경우 주가가 상승한다. 다른 하나는 이익 수준이다.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2분기에 삼성전자가 14조18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에 비해 4조3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하반기에 분기당 14조 정도의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2분기에 비해 이익 증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이익의 수준이 높아 주가가 일정 수준 밑으로 내려오지도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을 재판과 연관해 얘기하는데 이는 잘못된 분석이다. 1년반 동안 실적에 의한 주가 상승으로 삼성전자는 이벤트에 흔들리지 않는 주식이 됐다. 이익만이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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