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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4 18:27 수정 : 2016.08.09 14:21

거대 기업을 설득할 수 있는 보수, 기득권을 가진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진보당이 바로 서는 것이 진정한 연정의 기초다. 여기에 인류의 위기에 대처하는 ‘새로운 문명’을 지향하는 정당이 제3의 영역으로 삼자 정립(鼎立)하여 연정을 이루는 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고기압을 이 땅에 실현하는 길이다.

이남곡
인문운동가

20대 국회가 시작되었다. 국민의 집단지성은 예상과 달리 여소야대와 다당제를 선택하였다.

그렇게 되자 ‘협치’와 ‘연정’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인문운동가의 입장에서 ‘합작과 연정’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해오고 있다.

내가 ‘협치’와 같은 요즘 사용하는 말이 아니라, 오래된 말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합작’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그 역사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는 그야말로 세계적 ‘요충’이다. 정치·경제·문화적 고기압이 발생하면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향하여 그 선량하고 우수한 인자를 마음껏 신장시킬 수 있는 엄청난 보배지만, 만성적 저기압의 상태에선 수난의 원인으로 된다.

요즘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내외적 상황은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사회나 갈등과 모순은 존재하고 따라서 편가름이 있는 것은 당연하나, 그것을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고기압 발생의 핵심 조건이다.

국권을 상실하는 과정도 그랬지만, 삼일운동 이후의 독립운동과 해방 공간에서 ‘합작운동’이 실패하여, 급기야는 분단과 동족상잔으로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국은 절대빈곤과 독재에서 벗어나 신생독립한 나라들 가운데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일들을 해냈다.

지금의 위기는 업그레이드의 위기이다. 한국의 국가적 과제는 ‘선진국 진입’이고, 그 주된 내용은 ‘인간화’다.

진보 세력이 정체 답보하고, 기득권 세력의 자기정화 능력이나 개혁 의지, 양보의 정신을 기대할 수 없으며, 극심한 양극화가 세습 등에 의해 신계급사회로 고착되면, ‘혁명’밖에 길이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빼앗고 뒤집는 혁명’으로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즉 절차적 민주주의에 따라 ‘연착륙’하는 길 이외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 관문이 ‘사회적 대타협’인데, 그것을 실현하는 정치적 과정이 ‘합작과 연정’이다.

이 연정은 정치공학적 합작이나 지역연합의 수준으로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할 수 없다.

미봉책이 아닌 진정한 개혁을 위하여, 좌·우 또는 보수·진보가 그 정체성을 뚜렷이 하고, 나라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같은 방향에 서서,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치열하게 논의하고 때로는 투쟁하며, 평면으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을 입체로 뛰어오르는 과정이 진실한 합작과 연정이다.

입체로 뛰어오르기 위해서는 인문적 토대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의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의 위대한 정신이 현대에 살려지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상상력을 해방하여야 한다.

거대 기업을 설득할 수 있는 보수, 기득권을 가진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진보당이 바로 서는 것이 진정한 연정의 기초다.

여기에 인류의 위기에 대처하는 ‘새로운 문명’을 지향하는 정당이 제3의 영역으로 삼자 정립(鼎立)하여 연정을 이루는 것이 국가적 과제와 인류적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고기압을 이 땅에 실현하는 길이다.

그것은 ‘새로운 문명의 중심교역국가’가 될 것이다.

합작과 연정은 대한민국 안에서의 일이다. 상당한 기간 ‘한 민족 두 국가’가 현실적이며, 각각의 국가적 과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평화가 유지되어야 한다.

북한은 시대착오적인 왕정에서 벗어나는 민주화가 핵심 과제다.

이른바 북한의 급변사태는 외부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내부의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날 수는 있다. 우리의 과제는 새로운 북한 정부와 인민이 손을 내밀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언젠가 민주화된 북한과 합작과 연정에 마침내 성공한다면 위대한 통일국가가 탄생할 것이다.

합작과 연정은 중앙정치에만 절실한 것이 아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 ‘협동운동’ ‘마을운동’ ‘시민운동’ 등의 모든 기층 운동에 그 사용하는 용어만 다를 뿐 본질적 내용은 오히려 더 절실하다.

예컨대 지역 자치의 실력이 그 운동의 대의를 뒷받침할 때 비로소 ‘분권’의 이상이 현실성을 얻게 되고, 자치의 실력은 진정한 시민주체를 형성하는 것과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것이다.

저항을 넘어, 책임·관용·공공성·세계시민의식을 갖추는 것이다.

지난 총선 민심이 중앙정치와 기층운동의 획기적인 출발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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