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변화에 부응하여 진화하는 새로운 좌우, 즉 임금격차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는 좌파와 재벌개혁과 부유층의 양보를 견인할 수 있는 우파가 정치·경제의 중심 무대에 서서, ‘단정’이나 ‘우유부단’의 양극단에 빠지지 않는 과학적 태도를 공유하고, 지금의 현실에서 최상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때 좌도우기의 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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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 한국 자본주의는 특권·정경유착·독점·천민성 등의 뿌리가 너무 강고해, 개혁 주체의 정치·도덕적 권위가 매우 강력하지 않으면 개혁이 어렵다. 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 배출된 어느 정도의 부와 합리적인 교양을 갖춘 ‘중간층’의 지지가 개혁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내가 요즘 주목이 가는 논어의 구절이 있다. ‘어떤 사람이 관중에 대하여 묻자 공자 말하기를, “훌륭한 사람이다. 백씨의 병읍 300호를 빼앗았으되, 백씨는 거친 밥을 먹으며 살다 죽었지만 관중을 원망하지 않았다.”’ 개혁 주체의 권위를 말하는 것이다. 개혁은 기득권층 특히 부당한 특권으로 부와 권력을 축적한 기득권층의 강한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 저항을 잠재우고 최소화할 뿐 아니라, 자신의 기득권을 자발적으로 내려놓을 수 있게 하는 그런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런 권위를 만들지 못하면 ‘좌도우기의 개혁’이라는 이상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합작과 연정’은 바로 이런 권위를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될 때만 의미가 있다. ‘홍익인간’과 ‘재세이화’는 어떤 문명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위대한 정신이다. 우리 선조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그려온 ‘대동세상’을 합리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은 차별·불평등·침범·전쟁 등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세상이지만, 인공지능 등의 비약적 발달에 따른 4차 산업혁명은 ‘자본주의가 대동세상에 가까운 시스템으로 연착륙’하는 것을 인류가 머지않아 당면할 최대의 과제로 만들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디스토피아’의 지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길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민주주의 사회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이나 집단(국가 포함)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요즘은 복잡화된 시스템 속에서 일어나는 교묘한 침범,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침범까지도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와 법규범(유엔헌장 포함)을 정비해가고 있다. 사익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와 변치 않는 침범하려는 의식이 장애가 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모든 인간의 물질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생산력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침범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세계자본주의는 양날의 칼이다. 이미 1970년대 후반에 세계자본주의는 총수요를 넘어서는 총생산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비인간화(물신의 지배)와 국가간·계층간 양극화는 심화 일로를 걷고 있고, 지구 생태계는 인류 존속을 위험하게 할 정도로 악화되었다. 전자는 자본주의의 기여이고, 후자는 자본주의의 실패다. 셋째는 타인을 침범하려는 의식을 변화시키는 인문운동이다. 내가 생각하는 인문운동은 그 핵심이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인데, 그동안의 표현들이 거룩한 품성을 함양하자는 쪽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많다는 것을 지적받았다. ‘품성’은 이성적 자각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더 보편적이다. 좌도우기라는 말을 제시한 김윤상 교수는 좌우의 협력을 지향하는 합리적인 사람들이 합작과 연정에 성공하여, 서로 손해가 없도록 하는 균형형 제도(우파)만으로 타인을 위해 양보하도록 하는 이타형 제도(좌파)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균형형 제도로 합의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현재 의식 수준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고, 좀더 진전된 제도는 사람들의 외면적 행동수준과 내면의 품성을 향상시키는 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합리적인 사람들과 그 사고방식을 확대하는 것이 인문운동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다. 사익이나 위협 때문에 공적 지조를 버리는 변절이나 전향이 아닌, 세상의 변화에 부응하여 진화하는 새로운 좌우, 즉 임금격차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는 좌파와 재벌개혁과 부유층의 양보를 견인할 수 있는 우파가 정치·경제의 중심 무대에 서서, ‘단정’이나 ‘우유부단’의 양극단에 빠지지 않는 과학적 태도를 공유하고, 지금의 현실에서 최상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때 좌도우기의 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정권이 탄생하도록, 시간에 늦지 않게 반드시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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