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동시에 기회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다. 절대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 위기의 표층적 원인이다. 더 심층의 원인은 그것을 가능케 한 나라와 사회 전반의 불건강이다. ‘이것도 나라냐?’는 시민의 분노를 ‘이런 나라를 세우자’는 거대한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느냐 여부가 위기를 기회로 살릴 수 있는 열쇠다.
|
인문운동가 구한말 동학운동을 비롯한 기층의 근대화 동력과 상층의 근대화 세력 간에 합작은 불가능했을까? 일본 소규모 부대의 기관총 앞에 귀중한 근대화의 동력을 소진시키고, 결국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그다음 기회는 해방 후 합작이었다. 이것도 실패하였다. 동족상잔을 겪고 분단은 고착화되었다. 냉전하 외세의 절대적으로 우세한 힘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내부의 분열과 대립이었다. 실패는 이미 예상되었다. 조선조의 총체적 난맥상이 근대화를 주체적으로 이루게 하는 합작을 불가능하게 했고, 해방 후 합작은 독립운동 과정에서 전혀 준비되지 못하였다. 지금은 사정이 어떤가? 나는 우리 정치가 합작할 수 있는 상태로 될 수 있어야, 나라의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역사를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세번째 기회다. 국내외 정세로 볼 때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87년과는 질이 다른 테마들과 만나고 있다. 남북 합작도 냉전시대의 좌우합작도 아니다. 대한민국 안에서 ‘좌도우기의 개혁을 할 수 있는 합작과 연정’을 말하는 것이다. 나라가 망하지 않고, 새로운 문명을 열어가야 하는 절박함이다. 지금 우리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동시에 기회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다. 절대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 위기의 표층적 원인이다. 더 심층의 원인은 그것을 가능케 한 나라와 사회 전반의 불건강이다. 박근혜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고, 보수는 위기를 절감했다. 박근혜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렸다. 그러나 그 콘크리트는 단지 금이 갔을 뿐 해체되지 않았다. 다른 콘크리트들(나는 두 개의 콘크리트가 더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음 기회에 언급하겠다)의 대응에 따라서는 금방 복원될 것이다. ‘이것도 나라냐?’는 것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학습한 시민의 정당한 분노의 표현이다. 이미 대통령은 통치능력을 잃었다. 이런 대통령이 ‘국군통수권’과 ‘외교권’을 갖는 것은 가장 위험한 일이라고 많은 국민이 믿고 있다. ‘이것도 나라냐?’는 시민의 분노를 ‘이런 나라를 세우자’는 거대한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위기를 기회로 살릴 수 있는 열쇠다. 시민 의식의 성장과 국민의 분노를 제도나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바꾸는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통로가 허약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다른 콘크리트들이 이 절체절명의 기회를 놓치게 할까 봐 그것이 최대의 걱정이다. 두 개의 길이 있다. 첫째는 대통령이 하야하고, 60일 이내에 현행 헌법에 따른 선거를 해서 새 정권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거국내각을 구성해서 국정의 공백을 막고, 선거 관리를 맡는다. 둘째는 대통령이 일정한 기간 그 상징적 지위만을 유지하고, 실제적인 모든 권력을 거국연립내각에 이양하고,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결집하여 헌법을 개정하고, 그 헌법에 따라 7공화국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아마 내일이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야 후 선거 실시 쪽이 간명하지만,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밖에 길이 없다. 첫째의 길은 국민 정서에 맞고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시스템과 정치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헌법상으로 실현하지 못한다는 결함이 있다. ‘소합작’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새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대연정’을 실현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제7공화국의 길을 가야 한다. 입법이 뒤따른다. 둘째의 길은 총리에게 전권 양도가 현행 헌법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 내 합의를 이뤄내 탄핵소추를 의결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그 기간 총리가 전권을 행사하는 것이 합헌적 수순일 것이다. 새 헌법은 국민대표성을 왜곡하고 있는 선거제도와 정당제도의 근본적 변화와 국민 직접 참여의 통로 확대를 핵심 내용으로 담아야 의미가 있다. 지금의 여야를 통섭하고 넘어서는 정치력이 아니면 개헌도 정권교체도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진정한 애국자들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결정적인 시기다. 아마도 역사에 가장 오래 기억될 사람들은 권력자가 되려는 야망을 내려놓고, 자신의 모든 것을 오직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일에 바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선조들의 비원(悲願)이 함께하고 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