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혼돈과 획기적 변화가 교차하는 시기에 위대한 꿈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이 나라의 정치인들과 운동가들에게 사욕과 아집을 넘어서 위험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위대한 나라, 즉 특권이 없는 대동세상을 만들어가려는 ‘동지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꿈같은 일인가? 아니다! 이미 시민들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에 현실로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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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 지난 한 달간 수백만명이 촛불을 들었다. 오늘 탄핵의 결과와 관계없이 거대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제부터가 진짜다. ‘황당한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로 모처럼 좌우·동서가 하나로 되었고, 수백만의 시위에도 연행자 한 사람 없는 평화로운 집회가 이루어졌다. 시민이 이끌었다. 분노를 넘어서면, ‘개혁’과 ‘평화’가 공통분모다. 기존의 정치권과 운동권이 이 공통분모를 살려 나라와 사회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솔직히 회의적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를 분리시키고 정체시키는 현실과 유리된 대표적 ‘관념의 콘크리트들’에 대해 다룰 예정이었지만, 바꿔서 전향적인 희망을 이야기하려 한다. 이제 시작된 변화의 물결이 여러 난관을 뚫고 일정한 성취를 달성하는 것이 지금 단계의 최고 목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다음 정부 수립까지는 일정한 기간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에서 심의하는 동안 개헌에 성공하고, 새로운 헌법에 따라 제7공화국을 탄생시키는 것이 최상의 수순이다. 이 헌법은 이번에 보여준 시민의 높아진 의식과 요구를 담아야 한다. 첫째, 기존 정치세력의 권력 나눠먹기 식의 야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 형태 중심으로 각 정파가 이해관계의 득실을 따지는 것은 시대의 요구와 너무 먼 것이다. 진정한 합작과 연정이 가능한 제도의 창출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둘째, 직접민주제 도입을 확대한다. 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제도를 신설하거나 활성화하고, 적정 규모의 자치 단위에서 민회를 제도화하여 자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게 한다. 셋째, 대의제가 국민대표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와 정당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한다. 이렇게 되면 다당제가 정착되어 대통령제하에서도 합리적인 연정의 길이 열릴 것이다. 넷째, 임금과 연금 체계 개혁을 비롯한 분배 정의를 좌도우기의 방법으로 실현한다. 즉, 현실과 맞지 않는 관념적 계급의식을 넘어서 양극화·이중화의 극복을 지향한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개혁을 포함해 시장 경제를 정상화한다. 다섯째, 헌법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현실에 쉽게 부합하도록 그 개정 절차를 연성(軟性)으로 한다. 만일 헌법개정에 실패하고 차기 대통령을 선거하게 되면, 실질적인 연정과 셋째와 넷째를 법률 개정으로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한다. 악성·저질의 정치 모리배들이 양산되고, 아직도 정치의 목적이 권력 쟁탈로 되는 양상을 보면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긍지보다 그 한계를 더 느껴온 사람들이 희망을 갖게 된다면 그야말로 이번 기회가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보수 정당들이 헤쳐 모여 합리적 보수(A)와 극우 등으로 나누어지고, 낡은 관념에서 벗어나 실사구시하는 새로운 진보 정당(B)이 출현하여 과거집착적이며 생활과 운동이 일치하지 않는 허상의 좌파와 분화하며, 이 과정에서 A+B의 연정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 혼돈과 획기적 변화가 교차하는 시기에 위대한 꿈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한국의 미래 국가비전을 ‘새로운 문명의 선진국가’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일견 ‘새로운 문명’과 ‘선진국가’는 서로 조화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당한 물질적·제도적 토대 없이는 새로운 문명은 관념에 불과하고 보편적 현실로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조건과 부존자원의 성격, 특히 인적자원의 우수성은 ‘중심교역국가’라는 선진국을 목표로 삼는 데 충분하다. ‘문명의 전환’은 인류적 테마다. 지금과 같은 소유·소비 중심의 문명은 인간의 행복은 고사하고 존속마저 위태롭게 한다. ‘돈’ 중심과 각자도생의 차가운 사회로부터 자연과 인간이 조화되는 인정 넘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문명은 성숙한 시민의 생활혁명으로 추진하고, 선진국 진입은 합리적인 보수와 유연한 진보가 합작하여 추진하는 것이 큰 그림이다. 이 나라의 정치인들과 운동가들에게 사욕과 아집을 넘어서 위험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위대한 나라, 즉 특권이 없는 대동세상을 만들어가려는 ‘동지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꿈같은 일인가? 아니다! 이미 시민들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에 현실로 될 수 있다. 정당·사회단체 그리고 여러 분야의 사회운동에서 청산해야 할 ‘적’이 아니라 손을 맞잡을 ‘동지’를 확대하는 운동이 들불처럼 타오르기를 기원한다. 지금의 격변하는 세계에서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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