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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14 18:22 수정 : 2017.09.14 20:11

시대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는 풀뿌리 시민운동과 인문운동이 가장 활발한 인구 30만 내외의 도농복합형 도시에서 시작해보자. 핵심은 ‘사람’이다. 바닷물의 짠맛은 3%의 소금기가 낸다. 30만 인구에 1만명만 새로운 세상을 결단하고 실행하면 지역의 사회적·인문적 공기를 일변시킬 수 있다.

이남곡
인문운동가

나라가 안팎으로 많이 어렵다. 원인도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중에서도 제도나 물질의 발전에 비해 의식과 욕망이 답보하거나 심지어 왜곡 퇴보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자유는 누리고 주장하는데 책임·관용·공공성·세계시민의식은 발전하지 못하고, 물질적 풍요는 경험했는데 정신적 성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 앞을 가로막는 깊은 함정이다. 돈이 중심이 되는 전도된 행복관, 각자도생, 수평적 토론과 합의 문화의 미발달, 편 갈라 싸우기, 기득권 세력의 집단이익과 지대 추구, 공시 열풍과 노동 기피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서로 탓하면서 함께 망해간다. 내부가 건강해야 외환을 극복할 수 있다. 그것이 순리다.

그 돌파구를 선구적인 지역모델의 성립과 그 확산에서 찾을 수도 있다. 시대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는 풀뿌리 시민운동과 인문운동이 가장 활발한 인구 30만 내외의 도농복합형 도시에서 시작해보자.

첫째, 지역 대학의 정상화다. 이를 출발점으로 역순으로 교육 대개혁을 실현한다. 그 지역의 고등학생들은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지역 대학에 주로 진학한다. 일방주입식 시험 대비 교육이 아니라 학생이 주체가 되는 학육(學育)이 될 수 있도록 유치원부터 부모·교사·당국·시민사회가 함께 움직인다.

지역대학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며, 동시에 대학의 보편적 질을 높이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여 지역 내 청년 실업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 개혁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지식의 암기가 아닌 풍부한 인성과 실제적 능력을 갖춘 인적 자원이 유수한 기업의 투자유인 동기가 되면 그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둘째, 양극화를 완화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활력이 넘치는 지역 경제를 만든다. 형태는 일반 회사지만 내용은 대단히 선진적인 기업문화, 즉 구성원의 자발성이 높게 보장되고 분배가 아름다워 성공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진취적인 생산협동조합 만들기와 그를 통한 청년창업의 좋은 사례들을 만드는 것 등을 통해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한다.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각자도생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결국 스스로를 소진시키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도록 실정에 맞는 협동 방식 등을 적극 모색한다. 노동이 당당한 문화를 위해 합리적인 임금과 복지체계가 만들어지고 학력에 의한 차별이 철폐되면, 지금처럼 굳이 관행처럼 대학을 가려고 하거나 시험지옥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만일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지역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 도출하여 전국적인 기업이 지역에 진출하는 경우도 적용할 수 있게 된다면, 획기적인 변화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셋째, 진취적이며 민주적인 지방자치제를 만든다. 모든 정치행위의 판단 기준은 주민의 행복이다. 정당들은 당내 민주주의를 고도화하고, 정당의 공천이 없어도 정치참여에 불이익이 없도록 선거제도와 선거문화를 개혁한다. 지방의회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진정한 협치와 연정을 실현하고, 더 나아가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적극 협력한다.

넷째, 외곽 농촌에 자연친화적이며 인정이 흐르는 마을을 만든다. 소농을 보호하며, 협동경영 방식을 확대하고, 지역 내 유통 체계를 잘 갖춘다. 귀농 귀촌과 초중등학생의 농촌 유학 등 도농 생활의 순환이 인생의 사이클에 맞게 이루어진다.

다섯째, 지역 언론을 활성화하고 그 질을 높인다. 파사현정의 원칙에 서지만,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지 않고, 실사구시와 구동존이의 문화로 화합과 밝음을 신장한다. 시민의 수평적 소통과 주체적 참여의 광장이 된다.

여섯째, 국내외의 선구적 지역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이상과 경험의 공유를 통한 인류적 보편성을 넓혀간다. 특히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며 기술·재화·사람·문화의 유기적 순환을 통한 새로운 세계화의 모델을 추구한다.

핵심은 ‘사람’이다. 연대와 집중이 절실하다. 바닷물의 짠맛은 3%의 소금기가 낸다. 30만 인구에 1만명만 새로운 세상을 결단하고 실행하면 지역의 사회적·인문적 공기를 일변시킬 수 있다. 뿌리로부터 유쾌한 혁명이다. 백가쟁명의 다툼을 넘어 지혜와 힘을 모아 지역모델들을 성공시키고, 그것이 점차 넓어져 나라가 바뀌는 꿈을 함께 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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